'AI기본법' 업계 요구 및 디지털 통상 갈등 맞물려 규제 조항 3년 유예 추진 여부 주목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한 디지털 통상 관련 지적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개인정보 해외 전송 제한과 같은 데이터 현지화를 3년 만에 다시 문제 삼았고, 플랫폼 규제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을 새롭게 지적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은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등과 함께 정보기술(IT) 현안으로 지목된다. 이르면 이달 중 AI기본법 시행령 초안이 공개되는데 새 정부 기조에 따라 일부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기본법은 유럽연합 AI법(AI Act)에 비해 제정은 늦었지만 규제를 포함한 전면 도입으로 세계 첫 AI 법률로 평가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행령 초안과 가이드라인을 6월 중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데 따라 해당 시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AI기본법 관련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일부 지연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지난 4월 업계와 협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두어 차례 진행한 뒤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AI기본법 규제 유예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22일부터 발효되는 AI 기본법은 사업자에게 ▲고영향 AI나 생성형 AI 사용 사실에 대한 사전고지 의무 ▲AI 관련 안전사고 모니터링 및 위험관리체계 구축 ▲고영향 AI 영향평가 실시 등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황 의원 등 공동 발의자 14인은 법안 제안서에서 "미국은 AI 관련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혁신 중심 정책을 추진하는 등 유럽연합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 AI 트렌드가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정부 2기 들어 AI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판단해 통상 갈등 여지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이번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 직속 위원회인 AI강국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이재명 당선인 역시 AI·디지털 분야 규제 혁신 중요성에 공감하며,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한편 USTR은 매년 3월 말 자국 산업 의견을 받아 NTE 보고서를 발간한다. 올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표현한 지난 4월2일 상호관세 발표 직전에 나와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관세율을 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TE 보고서를 계기로 미국 IT 협단체들도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은 한국의 디지털·AI 분야 비관세 장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디지털 규제를 도입할 경우, 미 의회가 무역 제재 등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ITIF는 "캐롤 밀러 하원의원이 한국이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부당하게 규제할 경우, 무역 제한을 허용하는 법안인 '한미 디지털 무역 집행법'을 재발의한 것은 (한국의) 개혁 시급성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CCIA도 "한국 시장에서 미국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는 건 양국 모두에 도움 되는 굳건하고 오래가는 양자 경제 및 안보 파트너십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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