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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배로?…‘K-컬처 300조원’ 시대, 예산 비중 2% 확대해야

헤럴드경제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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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2배로?…‘K-컬처 300조원’ 시대, 예산 비중 2%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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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문화 수출 50조원
콘텐츠 지원 강화…인문학·순수문화도 필요
문화 예산 비중 1.33% 불과…확대가 관건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이 선거 기간 ‘문화 강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K-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글로벌 소프트 파워 빅(Big) 5’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문화 정책을 주요 비전으로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공약 실현을 위해선 예산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소프트 파워 12→5위 목표…문화·유산 강화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글로벌 소프트 파워는 10위권 내외다. 영국 컨설팅 기업 브랜드파이낸스가 지난 2월 발표한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 2025’에 따르면, 한국은 193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소프트 파워 점수가 60.2점으로 지난해보다 2.2점 오르며 세 계단 상승한 것이다.

브랜드파이낸스는 “한국은 상위 100위 안에 든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로 떠올랐다”며 “8가지 주요 지표 중 6가지 지표에서 점수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특히 첨단 기술·혁신, 과학 발전 같은 부문뿐 아니라 K-팝과 호평을 받은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세계적 성공으로 예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K-컬처의 위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5위에 오른 독일의 점수가 70.1점으로 한국과 9.9점 차이임을 감안하면 ‘글로벌 소프트 파워 5위 진입’이라는 이재명 당선인의 목표는 완전히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소프트 파워를 견인해 온 K-팝, K-드라마의 성장세가 이미 한풀 꺾인 데다 문화·유산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같은 다른 부문에선 낮은 점수를 받아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컬처 300조원’ 되려면 콘텐츠 매출 연 11% 성장해야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고, 문화 수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K-컬처 시장은 150조원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콘텐츠산업 매출액(잠정치)은 157조5970억 원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5.8% 수준을 이어갈 경우 2030년 매출액은 약 222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시장 매출 300조원은 지금보다 2배가량 큰 규모이다 보니 이 대통령 임기 내에 공약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11.3%씩 성장해야 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문화 수출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콘텐츠산업 수출액(잠정치)은 135억7333만 달러(한화 약 18조7855억원)를 기록했다. 문화 수출 50조원(약 203억3365만 달러)이 되려면 지금보다 곱절 이상 늘어야 한다. 이 역시 5년 안에 달성하려면 연평균 성장률이 최근 5년 평균 성장률인 6.8%보다 높은 8.4%가 돼야 한다.


만화, 음악, 캐릭터 부문 등의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61.3%, 51.5%, 48.8%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과거보다 더 높은 성장을 이룰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 확대 아래 콘텐츠 산업의 성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콘텐츠 창작·순수 문화도 지원…예산 비중 2% 확보 필요
이 대통령은 콘텐츠 창작 지원을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K-컬처 플랫폼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디지털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동주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위원은 “미디어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미디어 강국으로 발전하고, K-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펀드를 조성해 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세제 지원 역시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디어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공약에는 문화예술 정책금융,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지원 체계를 간소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로, 미디어나 OTT에 대한 지원보단 비중이 작다.

인문학 지원 확대, 전 국민 인문 교육 활성화 추진도 공약에 포함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선 그동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산업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 중심으로 이뤄진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된 상태다. 인문학을 비롯해 순수문화, 예술 자체에 대한 지원도 이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같은 모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예산 확보다. 문화는 한국의 수출과 국가 브랜드 제고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문화 재정은 올해 정부 전체 예산에서 비중이 1.33%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K-컬처의 성장을 위해선 문화 예산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윤희 이재명 선대위 문화대변인은 “문화 예산 비중은 아직 정확하게 숫자로 제시할 수 없지만, 문화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의 문화 예산 비중은 2%를 웃돌고 있는데, 이재명 정부가 이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문화 강국’의 명운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