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연출부터 병원 방문까지…소셜미디어 뒤흔든 ‘리본돌’
지난달 24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빌라 로보스 공원에서 리본 아기 인형 수집가들이 모여 교류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이 인형을 수집하는 이들이 소셜미디어 영상 확산 이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브라질에 ‘리본돌(Reborn doll)’ 열풍이 불고 있다. 리본돌은 인공 피부 등으로 진짜 아기처럼 정교하게 만든 극사실주의 인형이다. 피부 주름, 머리카락, 표정까지 실제 인간과 비슷하게 구현했다.
가격은 700헤알(약 17만 원)부터 시작해 고급형은 1만 헤알(약 240만 원)을 넘는다. AP·EPA통신에 따르면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지의 주문 제작 공방이 성황이다.
소셜미디어에선 인형을 활용한 육아 시뮬레이션 영상이 유행이다. 인형을 안고 산책하거나, 목욕시키는 영상이 올라온다. 심지어 출산을 연출한 영상도 있다. 이런 영상들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극사실 아기 인형 제작에 사용되는 머리 부품들이 전시돼있다. 리본 인형은 실제 신생아를 모방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제작된 수제 예술 인형이다. / EPA 연합뉴스 |
리우 시의회는 ‘리본돌 제작자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인형을 병원에 데려가 진료받는 것처럼 연출한 영상을 올렸다. 체중계에 올리고, 담요와 분유병까지 챙기며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은 84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이에 “공공 의료 시스템을 놀이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주의회는 리본돌이 공공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위치한 매장에서 상점 주인이 아기 인형의 머리를 조립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여론은 갈린다. “인형을 지나치게 인간화한다”는 지적과 “문제는 인형이 아니라 과한 연출”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원래 리본돌은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육아 연습이나 정서적 위안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유산을 겪은 여성이나 고령자들이 심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찾는다. 브라질에서 리본돌을 실제 아기처럼 다루는 극단적 사례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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