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부른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사유는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 손상. 규정에 따르면 연구위원은 수사를 안 하는 대신 과제를 받은 날로부터 1년 내에 연구 논문을 내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는 제출 기한 연장도 하지 않은 채 논문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징계가 내려지자, 이 연구위원은 곧바로 법적 다툼에 나섰다. 방대한 국내외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했는데도 단지 제출 기한을 연장하지 않거나 논문을 안 냈다는 이유로 징계한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징계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함께 징계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소송을 내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다. 논문 한 편 안 냈다고 징계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그의 논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징계가 내려지자, 이 연구위원은 곧바로 법적 다툼에 나섰다. 방대한 국내외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했는데도 단지 제출 기한을 연장하지 않거나 논문을 안 냈다는 이유로 징계한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징계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함께 징계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소송을 내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다. 논문 한 편 안 냈다고 징계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그의 논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는 법원에 낸 서면에서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조속히 검사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징계 때문에) 그 대상자조차 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이미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사직한 것처럼 검찰총장이 사직하는 등의 일이 생겨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징계받은 상태에서는 검찰총장이나 고검장, 주요 검사장 자리에 갈 가능성이 차단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위원은 이어 자신이 징계받은 것은 심우정 검찰총장의 후임 경쟁자 중 한 명이 견제한 결과라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심우정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6기)의 다음 기수(27기)는 나와 김석우 법무차관밖에 없는데, 김 차관이 징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내가 없다면 김 차관이 유일한 27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정직 처분은 검찰총장 임명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현 검찰총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어서 징계 처분 효력 정지 필요성이 없다”고 했고, 법원은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여 이 위원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 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채널A 사건은 무죄로 결론 났고, 이 위원은 정권이 바뀐 뒤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그리고 직무 태만으로 징계까지 받은 것이다.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위원 입장에선 징계가 족쇄로 여겨졌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총장 인사까지 거론하며 정치 검사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권력 변화에 촉을 세우기에 앞서, 연구위원 2년 8개월 동안 1000만원 넘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도 논문 한 편 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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