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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성 넘나드는 로맨스… K콘텐츠의 아쉬운 ‘우주 활용법’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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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성 넘나드는 로맨스… K콘텐츠의 아쉬운 ‘우주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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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첫 韓 애니 ‘이 별에 필요한’… 사랑 무대로만 그치는 우주물
한지원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의 우주인 ‘난영’(왼쪽)과 ‘제이’. 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먼 장거리 커플이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를 연기해 캐릭터를 완성했다./넷플릭스

한지원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의 우주인 ‘난영’(왼쪽)과 ‘제이’. 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먼 장거리 커플이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를 연기해 캐릭터를 완성했다./넷플릭스


지구와 화성 사이 거리 2억2500만km. 지난주 선보인 넷플릭스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에서 이 거리는 로맨스의 주요 소재가 된다. 꿈을 좇아 화성에 간 우주인 여자 주인공 ‘난영’과, 그런 난영과 발을 맞추기 위해 뮤지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남자 주인공 ‘제이’의 청춘 로맨스. 한국 애니메이션이 만들 수 있는 수준 높은 영상미를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K콘텐츠의 미개척 분야였던 우주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tvN)를 비롯해 영화 ‘승리호’(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넷플릭스) 등 우주 콘텐츠에 대한 도전이 잇따랐지만 시청자 평가는 냉정한 경우도 많았다.

◇로맨스물의 무대가 된 우주

화성으로 떠나는 '이 별에 필요한' 주인공 '난영'./넷플릭스

화성으로 떠나는 '이 별에 필요한' 주인공 '난영'./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의 한지원(36)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2015년 ‘생각보다 맑은’으로 최연소 극장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딴 주목받는 감독이다. 이번 작품은 2D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매 장면 섬세하게 설계된 색채와 역동적인 장면 구성으로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50년을 배경으로 을지로와 서울역사 등 서울의 익숙한 장소에 기술 발전의 상상력을 더해 그렸다.

미래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남아있는 점이 국내 시청자들의 감성을 돋웠다. 2일 만난 한지원 감독은 이에 대해 “미래에 무엇이 바뀔까 보다 무엇이 그때도 남아있을까를 생각하며 작업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 기억 속 애정 어린 구석들이 남아있는, 그래서 진짜 있을 것 같은 미래의 풍경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별에 필요한'에 등장하는 2050년 서울./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에 등장하는 2050년 서울./넷플릭스


하지만 SF 장르를 기대한 시청자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는 부분도 있다. 우주라는 공간을 로맨스에 활용한 방식이 상투적이고, 꼭 우주여야 했을까 싶게 화성에서 벌어지는 일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국내 우주 소재 콘텐츠들이 반복적으로 듣고 있는 평가이기도 하다. 연초에 방영된 ‘별들에게 물어봐’와 ‘승리호’(2021) 등은 우주를 그저 로맨스와 신파의 장으로 썼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역사가 짧은 K우주물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성장 지켜봐달라”

한 감독은 “모든 작품에는 허들처럼 넘어야 하는 시청자들의 만족점이 있는데,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에는) 아직 한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낯설기 때문인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애니메이션은 (외국 작품의) 하청을 많이 받던 구조에서 점차 교육 기관도 늘어나고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시도도 늘며 꽃을 피우는 분위기”라고 했다. 자신의 작품을 비롯해 “앞으로 다양한 작품이 나오며 개성을 갖춰 나가는 걸 보는 것 자체가 매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원 감독./넷플릭스

한지원 감독./넷플릭스


한국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선 함께 작업한 팀이 다음 작품에서도 흩어지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흔들림 없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팀원들이 역사를 같이하며 발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원을 할 때도 이런 부분이 고려된다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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