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차시우 야르 인근에서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120mm 박격포를 발사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제24기계화여단 제공=AP통신 |
독일 합참의장 카르스텐 브로이어가 “나토(NATO) 회원국들은 앞으로 4년 안에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전차 생산량을 엄청나게 증대 중이며, 이 중 상당수는 2029년 혹은 그보다 더 빨리 유럽 북동부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향한 공격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비시는 1일 브로이어가 “러시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매년 약 1500대의 주력 전차를 생산하는데, 전부 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려는 것이 아니라 이 중 일부를 서방을 겨냥해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브로이어는 “러시아는 지난해 152mm 포탄 400만발을 생산했으며, 이 역시 모두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2029년 안에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보다 빨리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로이어는 나토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 폴란드, 러시아, 벨라루스가 접경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 ‘수바우키 회랑(Suwalki Gap)’을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지목했다.
브로이어는 “러시아는 이 전쟁을 나토와의 더 큰 갈등의 일부로 보고, 유럽의 방어선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트해 해저 케이블 공격, 유럽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독일 발전소 상공에 미확인 드론이 출현한 것 또한 그런 시험의 일환으로 지적했다. 나토 조약 제5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강력한 조항이었다.
그는 유럽이 국가 방위 예산을 늘리는 등 방어력 증강에 나섰으며, 그 어느 때보다 러시아의 위협 앞에 단합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나토 회원국이 친러 성향을 보이는 등 나토 내의 결속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처럼 단합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모든 나라와 군 지휘관들은 현재 닥친 위험을 이해하고 있으며, 시급성 또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군 복무를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이처럼 심각한 위협은 처음 본다”고도 말했다.
브로이어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국방정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비비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브로이어의 발언은 6월 말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의 강경한 대러 정책을 확인할 수 있어서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의 위협을 유럽이 체감하는 가운데, 영국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투자에 나선다. 영국 국방부는 2일 150억파운드(28조원)를 투자한 핵탄두 프로그램 개발, 12척의 핵추진 잠수함 신규 건조, 무기·폭약 등 군수품을 생산할 신규 공장 건설, 사이버 사령부 창설 등의 내용이 담긴 ‘국방 전략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 보도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비비시에 출연해 “영국이 필요하다면 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 모스크바에 보내는 명확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이 미국산 전투기를 도입해 공중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라는 선데이타임스 보도도 나왔다. 다만 힐리 장관은 이 보도에 대해선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영국은 냉전 이후 핵탄두가 탑재된 핵잠수함 기반 단일 핵전력 체계를 유지해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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