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최악의 시즌' 맨유, 유로파리그 우승 좌절 후 '동네북' 전락

한국일보
원문보기

'최악의 시즌' 맨유, 유로파리그 우승 좌절 후 '동네북' 전락

서울맑음 / -2.0 °
지난달 亞 투어 중 말레이 팀에 충격패
'손가락 욕' 등 일부 선수 돌출 행동 뭇매
베컴 "맨유 선수들 용납할 수 없는 행동"
亞 투어로 180억원 수익..."고작 그 돈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5월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5월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도 모자라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였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마저 토트넘에 넘겨 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아시아투어 중 친선경기에서 패해 망신을 당한 와중에 일부 선수들의 돌출 행동으로 이래저래 비판을 받고 있다.

맨유의 레전드로 꼽히는 데이비드 베컴은 1일(한국시간) 미 CBS방송에서 아시아투어 중 맨유 선수단을 향해 "지금 맨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상황들은 내 눈에는 결코 옳지 않아 보인다. 팬이자 클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베컴은 이어 "우리는 매우 예의 바른 팀의 일원이었고, 맨유를 위해 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면서 "유럽이든 아시아든 우리는 팬들을 존중했다. 팬들은 돈을 들여 경기를 보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 사실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내가 클럽의 엠블럼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전부다. 내가 보기에 일부 선수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2018년 11월 태국 방콕을 방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데이비드 베컴이 방콕의 유스 선수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8년 11월 태국 방콕을 방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데이비드 베컴이 방콕의 유스 선수들과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베컴은 1992년부터 2003년까지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다. 그가 쓴소리를 한 건 최근 맨유가 보인 행보 때문이다. 올 시즌 역대 최악인 리그 15위(승점 42·11승 9무 18패)로 마무리했을 뿐만 아니라 UEL에서 우승컵을 놓친 맨유가 곧바로 아시아투어에 나서며 온갖 구설에 오르고 있어서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말레아시아를 방문해 김상식 감독이 지휘한 '아세안(ASEAN) 올스타'팀에 0-1로 충격패까지 당했다. 문제는 브루누 페르난드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는 데 있다. 경기장을 찾은 7만여 관중은 15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찾은 맨유가 반가웠을 법도 하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에 야유를 쏟아내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아마드 디알로가 말레이시아에서 호텔 밖의 팬들에게 손가락 욕을 한 게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한 행동이라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가르나초는 자신을 촬영하는 팬과 논쟁을 벌이는 등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아울러 영국 BBC 방송은 일부 선수들이 말레이시아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맨유 선수들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듯하다"고 무성의한 팬 서비스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다 못한 베컴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맨유는 지난 26일 애스턴 빌라와의 리그 최종전을 마치자마자 아시아투어 길에 올랐다. 팬들은 맨유가 선수를 혹사시킨다고 지적했고, 결국 한 수 아래인 말레이시아 올스타팀에 패하는 망신까지 당했다고 꼬집었다. 홍콩으로 옮겨 홍콩 축구대표팀과 친선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선취골을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5월 25일 맨유와 애스턴 빌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맨유의 주장 브루누 페르난드스(왼쪽 두 번째) 등 선수들이 지쳐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5월 25일 맨유와 애스턴 빌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에서 맨유의 주장 브루누 페르난드스(왼쪽 두 번째) 등 선수들이 지쳐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맨유의 아시아투어가 무리수였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맨유는 이번 아시아투어로 800만~1,000만 파운드(약 150~19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현지 팬들은 "고작 1,000만 파운드 벌자고 아시아투어를 가느냐" "차라리 아시아투어 취소하고 위약금을 내는 게 낫다" 등으로 맹비난했다. 사실 맨유는 UEL 결승에서 토트넘에 패하면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실패했고, 스폰서인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에 1,000만 파운드의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UE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면 다음 시즌 UCL 진출 등으로 1,00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맨유의 재정 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직원 250명을 해고했고, 직원들은 위한 무료 급식 등도 중단했다. 아울러 맨유를 전설적인 클럽으로 만든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마저 앰버서더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연간 200만 파운드(약 37억 원)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한 푼이 아쉬운 맨유로선 아시아투어 수익금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맨유의 이번 아시아투어 팬 서비스 논란은 여파가 클 전망이다. 맨유는 다음달 미국으로 건너가 프리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웨스트햄, 본머스, 에버턴과 친선경기를 하며 미국투어에 나서는 것. 이때 파트너사인 메이뱅크, 말레이시아항공, 타이거 맥주, 아폴로 타이어 등과 기존 거액의 스폰서십 계약을 점검하게 되는데, 아시아투어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팬을 대하는 태도가 스폰서십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BBC는 "기업의 관점에서 특정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맨유가 지닌 가치는 여전히 높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축구 클럽은 1위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맨유가 2위를 차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레알 마드리드는 67억5,000만 달러(약 9조3,000억 원)이며, 맨유는 66억 달러(약 9조 원)의 가치를 보였다. 3위는 맨체스터 시티, 4위 리버풀 순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