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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장내지도 전쟁…K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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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장내지도 전쟁…K바이오,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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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건강과의 상관관계(자료: 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과 인체 건강과의 상관관계(자료: 생명공학연구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인공지능(AI)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CJ바이오사이언스, 이뮤노바이옴, HEM파마 등은 AI를 활용해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이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AI 장내지도'를 두고 본격적인 기술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6개 이상 글로벌 학회에 참석해 자사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이지엠(Ez-Mx)'을 활용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이달 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화기 학술행사인 소화기질환주간 'DDW 2025'에도 참석했다. 장질환 치료반응 예측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AI 분석으로 궤양성 대장염(UC) 환자들의 생물학제제 치료 반응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지엠으로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시계열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 반응성과 연관된 미생물 시그니처를 도출했다. 이 연구는 한국 환자 코호트를 포함해 미국 등 해외 데이터를 함께 분석한 것으로, AI 기반 정밀의료 모델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기술을 향후 바이오마커 개발 및 면역질환 신약 파이프라인 설계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지엠 플랫폼은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성공률을 제고할 수 있으며 웰니스 사업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면서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사업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뮤노바이옴은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플랫폼인 아바티옴으로 신약 후보물질 도출부터 작용기전 규명, 임상 설계까지 전 주기에 걸쳐 활용한다. 이 플랫폼은 병원성 미생물의 면역 자극 특성을 해석하고, 이를 통해 염증 반응, 항암 면역 반응 등 치료 표적을 설정하는 데 활용된다. 장내 미생물이 면역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경로를 AI가 자율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구조를 설계했다.

이뮤노바이옴은 아바티옴을 통해 항암제 후보물질 IMB001, 염증성 장질환(IBD) 및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MB002을 발굴했다.


HEM파마는 자사의 방대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분석하기 위해 AI 분석 플랫폼을 자체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프로바이오틱스 조합 설계, 치료용 균주 탐색, 개별 환자 맞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개인 간 차이, 지역 및 식습관에 따른 다양성, 시간에 따른 역동성 등 복잡한 변수를 지닌 생태계다. 현재 AI 기반 분석 기술은 이 같은 복합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계다. 이에 따라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분자생물학 데이터의 통합, 독립 검증 데이터셋 활용 등이 기술 신뢰도 제고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믹스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고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생물군의 기능적 역할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표준화, 검증 인프라 구축이 동반돼야 AI 기반 기술이 의료산업에 안착할 수 있고 정밀의료, 신약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전방위 혁신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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