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싸움
사전 투표함 보관 상태 점검하는 공정선거 참관단 - 6·3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서울 서초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선거 참관단이 사전 투표함 보관 장소를 방범 카메라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6·3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각 당은 상호 비방·고발로 난타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악성 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배후에 국민의힘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 아들의 불법 도박 자금 출처가 의심된다며 이 후보와 가족들을 고발했다. 정당들이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면서 유권자들에게 후보 정견과 정책 공약을 알리는 건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리박스쿨’이란 단체의 댓글 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그(댓글 조작) 이익이 귀속된 국민의힘의 전력을 보면 국민의힘이 (의혹의) 실질적 배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댓글 조작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라고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의원 14명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청에 리박스쿨 수사를 촉구했다.
리박스쿨은 2017년 6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姓)을 따 설립된 역사 교육 단체다. 단체 공식 이름은 ‘대한민국역사지킴이’다. 온라인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30일 리박스쿨이 초등학교 늘봄학교 자격증 지급을 미끼로 ‘자손군(자유손가락부대)’이라는 댓글팀을 모집·운영하며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띄우는 식의 댓글 공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리박스쿨과 연관된 프로그램은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에 보급됐고, 이 학교들에선 리박스쿨 출신 강사들이 역사 과목을 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을 보면 기독자유통일당 점퍼를 입은 김문수 후보가 등장한다”며 “21대 총선 당시 리박스쿨 연구원 2명이 김 후보와 전광훈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통일당의 총선 후보로 출마했고, 김 후보는 당시 두 연구원과 함께 기자회견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단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상황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이재명 후보 아들이나 유시민 작가의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했다. 또 지난 27일 리박스쿨 소속 일부 인사가 참여한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했다고 보도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기자회견은 (다른)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열린 자리였다. 저는 회견 내용이나 참석자 구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역으로 이 후보 가족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경기 수원·성남 유세에서 이 후보 아들의 인터넷 댓글 논란과 관련해 “욕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입에 담지도 않겠다”며 “(제 딸이) 그런 해괴망측한 욕을 하거나 도박해서 문제가 되거나 그런 것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는 리박스쿨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일은 근거 없이 얘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전날 이재명 후보와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 아들을 조세범처벌법, 자금세탁방지법,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후보 아들은 작년 11월 수원지법에서 상습 도박 등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아들의 불법 도박 자금 2억3200만원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 후보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아들은 전 재산이 390만원이고 고정 수입이 없었지만 거액의 도박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미 처벌이 끝난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은 후보자 검증을 빙자한 후보자 가족 모욕 주기 고발을 당장 멈춰라. 법이 명시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깨고 다시 처벌해야 한다는 건가”라고 했다.
개혁신당 공명선거본부는 전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이른바 ‘젓가락’ 발언을 두고 민주당이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등을 무고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맞고발했다. 개혁신당은 민주당이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아들의 댓글을 성적 표현인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공소장,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아들이 작성한 댓글은 성적 표현이 맞는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2일 이재명 후보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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