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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물류 내세운 ‘C커머스 징동’…국내 플랫폼 '촉각'

이데일리 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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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물류 내세운 ‘C커머스 징동’…국내 플랫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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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천 물류센터 구축…한국 공략 본격화
기존 초저가 C커머스와 달라…'정품 유통' 강점
역직구·B2B 확대 움직임…K커머스 '예의주시'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진출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초저가를 앞세워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에 이어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동닷컴(징동)이 물류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어서다. 기존 C커머스가 가격 경쟁에 집중했다면 징동은 정품 보장과 배송 신뢰도를 앞세워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징동코리아의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사진=징동로지스틱스 제공)

징동코리아의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사진=징동로지스틱스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징동닷컴 산하 물류 계열사 징동로지스틱스(JD Logistics)는 최근 인천과 경기 이천에 각각 자체 물류센터를 개설하고 정식 배송을 시작했다. 이천 센터는 국내 펫커머스 기업 전용이다. 유통기한 관리가 중요한 반려동물 식품 등을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천 센터는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와 국내 뷰티 기업 제품의 보관·출고를 담당하는 통합 물류 거점이다. 두 센터 모두 보관을 넘어 입고부터 포장, 배송까지 아우르는 풀필먼트 기반 시설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징동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1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당 인프라는 한국산 제품을 중국 현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징동 월드와이드’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물류에도 활용 중이다. 이처럼 물류센터를 통한 내수·수출 병행 전략은 징동이 한국을 단순 소비처가 아닌 공급망 운영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업계는 징동의 한국 진출 방식이 기존 알리나 테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선 C커머스 플랫폼들은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 유입에 집중했다면 징동은 물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정품 중심의 유통 시스템을 내세우며 구조적으로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징동은 중국 내에서도 정품과 안전성 보장으로 신뢰를 쌓은 업체다. 직매입·직판매 기반의 ‘아마존식 모델’을 구사하며 품질 관리와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주문의 90% 이상을 24시간 내 처리한다. 판매자에게 물류를 맡기는 오픈마켓 방식의 알리와 달리 상품 매입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로 이는 한국의 쿠팡과 유사한 모델로 평가된다.

징동의 경쟁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3년 기준 징동의 연매출은 1조 1588억위안(한화 약 228조원)에 달한다. 이는 알리바바그룹 (1조 192억위안)과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3938억위안)를 모두 앞서는 수치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약 41조원)의 연매출보다도 5배가 많다. 알리와 테무에 이어 이런 징동까지 한국 시장에 뛰어든다면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4월 기준 이커머스 플랫폼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에 따르면 쿠팡이 3339만명으로 1위를 지켰다. 이후 11번가(893만명), 알리익스프레스(880만명), 테무(847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가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품 유통과 빠른 배송을 앞세운 징동까지 본격 가세할 경우 C커머스의 국내 시장 파급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징동은 올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가 배경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 홍콩발 800달러 미만 소액 물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철회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알리와 테무처럼 징동도 대체 시장 확보가 시급해졌다. 특히 징동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사 물류망을 활용한 역직구 모델을 한국에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소비 수준과 물류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한국은 동북아 공급망 재편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업계는 징동의 국내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정품 유통과 빠른 배송을 앞세운 전략이 기존 C커머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단순한 물류 경쟁력만으로는 확장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용자 경험(UX), 고객 응대, 리뷰 신뢰도 등 국내 소비자 특유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징동은 초저가 공세보다는 정품 유통과 물류 신뢰도를 내세워 기존 C커머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 시장은 고객 충성도와 플랫폼 생태계가 이미 견고한 만큼, 징동이 얼마나 빠르게 현지화 역량을 갖추느냐에 따라 향후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