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채운 역대 네 번째 금감원장
금융 현안에 신속 대응, 내부통제 강화
금융위와의 정책 엇박자, 월권 논란도
금융 현안에 신속 대응, 내부통제 강화
금융위와의 정책 엇박자, 월권 논란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자본시장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박성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주 퇴임한다. 이로써 그는 윤증현·김종창·윤석헌 전 원장에 이어 임기를 채운 네 번째 금감원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첫 검찰 출신이자 역대 최연소 원장인 그는 취임 직후부터 금융시장에 칼날을 들이대는 강경한 행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관치 금융이라는 오명을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7일 취임한 이 원장은 임기 만료 하루 전인 6월 5일 오전 퇴임식을 끝으로 금감원장 자리에서 내려온다.
이복현 원장의 3년, 공과 과는?
이 원장의 지난 3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내놓는다.
우선 레고랜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등 굵직한 금융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신속한 대응을 주도했다는 점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그는 부동산 PF 부실을 재구조화하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개시 등으로 위기 전이를 막는데 기여했고 ELS 사태도 분쟁조정기준 마련과 은행권 자율배상 유도 등을 통해 수습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와 책임성 제고도 이 원장이 남긴 주요 성과다. 그는 은행권의 온정주의와 허술한 내부통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진의 책임 확대에 힘썼다.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에도 적극적이었다. 사모펀드 사고 재발 방지 조치나 불법 공매도 단속 강화 등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역대 원장 중 가장 많은 98회의 기자회견을 열며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미 상호관세 대응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 |
그러나 이 원장의 3년은 시장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단 가계대출 관리나 은행의 대출금리 책정, 배당 정책 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개입 의지를 밝히면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은행권이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는 등 시장 혼란이 일자 다시 실수요자 제약을 완화하라는 메시지를 내 정책 일관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정책 메시지가 엇갈리며 월권 논란도 반복됐다. 상법 개정안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시장의 혼선을 초래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회사 주요 인사 거취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의 행보도 관치 금융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렇다 보니 금융업 현장에서 불만이 많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스럽고 정치적으로 일을 크게 벌리는 경향이 있고 상호간 협력보다는 무조건적으로 잘잘못을 따지는 느낌이 무척 강했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듯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며 특정 회사를 제재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평은 엇갈린다. 역대 누구보다 센 입김으로 금감원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으나 그만큼 직원의 업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특정 이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 때마다 어떤 어려운 미션이 또 내려질지 현업에서는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퇴임 앞두고 성과 알리는 릴레이 브리핑
금감원은 이 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핵심 추진 과제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부원장이 연이어 보험업계 IFRS17 도입, 부동산PF 구조조정,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 자본시장 혁신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이번 릴레이 브리핑은 이 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와 맞물려 핵심 과제에 대한 성과와 미비점을 정리해 차기 정부, 후임 원장에게 알리려는 차원이라는 전언이다.
이 원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는 일단 아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시장과 관련 정책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금융·경제 분야에서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이 뚜렷한 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민간에서 시야를 넓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이 원장의 퇴임 이후 금감원은 이세훈 수석부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신임 정부의 개각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야 후임 인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흡수시키고 감독 기능을 독립된 감독기구로 넘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경우 금감원도 가칭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나뉠 여지가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