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츠조선 언론사 이미지

무실점 호투하던 선발이 불구덩이에 뛰어들다니...박세웅도 참기 힘들었던 최원태의 태도

스포츠조선 정재근
원문보기

무실점 호투하던 선발이 불구덩이에 뛰어들다니...박세웅도 참기 힘들었던 최원태의 태도

속보
강훈식 "인천공항 주차대행 개편, 이용자 불편 가중"…국토부 점검 지시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2차 벤치클리어링 때 선발투수 박세웅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전준우 옆에 서 있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2차 벤치클리어링 때 선발투수 박세웅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전준우 옆에 서 있다.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정재근 기자]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두 경기 연속해서 상대를 맞혔으면 곧바로 사과했어야 했다.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투수가 벤치클리어링의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지난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벤치클리어링은 여러모로 복잡했다.

일단 지난 17일 부산 더블헤더 2차전 때 최원태의 직구가 전준우의 왼쪽 어깨를 때리는 상황이 있었다. 시리즈 내내 반복된 사구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던 롯데였다. 주장 전준우가 최원태에게 경고를 한 이유다.

최원태도 억울했던 경기다. 그 경기에서 3회 정훈의 강습 타구에 맞아 타박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부상 여파로 1군에서까지 제외됐다.

다음 날엔 양창섭의 위협구에 김태형 감독까지 직접 나선 대형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그 주말 3경기를 삼성은 모두 패했다.


12일 만에 다시 만난 상대. 삼성 선발 최원태의 3구째 146km 투심이 롯데 전준우의 팔꿈치 쪽으로 날아들었다.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전준우의 반응에 최원태가 '고의가 아니다'라는 의미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전준우가 '두 번째야'라고 불만을 표시하자 최원태가 두 팔을 벌리며 맞섰다.

전준우가 '두 번째야'라고 불만을 표시하자 최원태가 두 팔을 벌리며 맞섰다.



여기서 사과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최원태도 억울함을 계속 어필했고, 감정이 격해진 전준우가 마운드로 향했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이다.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으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강민호가 전준우를 말리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으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강민호가 전준우를 말리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다행히 강민호가 재빠르게 전준우를 막아서며 달랬고, 그라운드에 나온 양 팀 선수들도 확전을 막는 분위기였다.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구자욱이 빠르게 막아서지 않았다면 큰 일이 벌어질 뻔했다.

구자욱이 빠르게 막아서지 않았다면 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상황이 수습된 듯했다. 전준우가 1루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최원태가 또 다시 격앙된 몸짓으로 전준우를 자극했다. 전준우가 마운드로 달려갔고 구자욱이 막아서며 두 번째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이번엔 롯데 선수들의 감정도 달아 올랐다. 몇몇 선수들이 최원태의 행동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이 보였다.

분통 터트리는 선수를 다른 선수들이 말리고 있다.

분통 터트리는 선수를 다른 선수들이 말리고 있다.



그 선수들 가운데 박세웅도 있었다. 그것도 사구의 당사자인 전준우 바로 옆에서 최원태를 노려봤다. 최원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박세웅이 '선발 투수'라는 위치를 잊고 그라운드로 뛰쳐나온 것이다.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2차 벤치클리어링 때 선발투수 박세웅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전준우 옆에 서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2차 벤치클리어링 때 선발투수 박세웅도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전준우 옆에 서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은 문자 그대로 모든 선수가 벤치를 비우고 달려나간다는 뜻이다. 불펜 구역에 있던 투수들까지 모두 뛰쳐나온다. 싸움이 벌어졌는데 벤치에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는 선수가 있다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을 태도다.

하지만, 불문율에도 예외는 있다. 당일과 다음 날 선발 투수는 자제해야 한다. 자칫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팀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유다.

박세웅 역시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는 뛰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충돌이 재발했을 때는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갔다.

구자욱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 최원태

구자욱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 최원태



비로소 전준우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비로소 전준우를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잠깐의 대화로 서로의 앙금도 풀었다.

잠깐의 대화로 서로의 앙금도 풀었다.



이날 삼성 강민호와 구자욱의 노력이 없었다면 정말 큰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그라운드로 뛰쳐나간 박세웅도 별다른 물리적 충돌을 겪진 않았다. 최원태도 결국 전준우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그럼에도, 박세웅의 투구는 전과 후가 달랐다. 4회까지 단 60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박세웅은 5회에만 무려 35개의 공을 낭비한 끝에 4실점했다.

박세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2, 3루에서 교체됐다.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6회말 무사 1루 김영우의 투수앞 땅볼 타구를 놓친 박세웅.

6회말 무사 1루 김영우의 투수앞 땅볼 타구를 놓친 박세웅.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6회말 무사 1루 김영우의 투수앞 땅볼 타구를 놓친 박세웅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6회말 무사 1루 김영우의 투수앞 땅볼 타구를 놓친 박세웅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박세웅은 시즌 개막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올시즌 박세웅의 투구수는 1209개로 한화 이글스의 폰세(1206)를 제치고 최다 투구수 1위에 올라있다. 소화한 이닝도 72⅔이닝으로 국내 투수중 단연 1위다.

지칠 법도 한 시기다.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간 행동이 투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벤치 클리어링에 휘말린 행동은 결과를 떠나 위험했다.

물론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