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벌레와 전쟁 골머리
29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영동대교 인근. 어둠이 깔린 잔잔한 한강 위에 오징어잡이 배처럼 생긴 가로 1.5m, 세로 1.5m 크기의 바지선 3척이 떴다.
40와트짜리 LED 등 12개가 대낮처럼 불을 밝혔다. 눈이 부셔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등마다 동양하루살이 수백 마리가 버글버글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일명 팅커벨이라고 불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팬에 등장하는 요정 팅커벨을 닮아서다. 사람을 물거나 전염병을 옮기지 않아 해충은 아니다. 불빛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바지선 주변에는 조명 빛에 홀려 밤새 날아다니다 수명을 다한 벌레들이 둥둥 떠 있었다.
이 ‘벌레 소탕용’ 바지선은 서울 성동구가 올해 처음 띄웠다. 성동구 관계자는 “한강에서 부화한 동양하루살이가 강변에 있는 야시장인 뚝도시장으로 몰려들어 상인과 시민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동양하루살이는 해충이 아닌 데다 살충제를 뿌렸다가 한강이 오염될 위험이 있었다. 성동구는 빛을 좋아하는 동양하루살이의 습성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바지선으로 날벌레 유인 - 29일 밤 서울 성동구 영동대교 위에 떠있는 '날벌레 유인용' 바지선 3척의 모습. /장경식 기자 |
40와트짜리 LED 등 12개가 대낮처럼 불을 밝혔다. 눈이 부셔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등마다 동양하루살이 수백 마리가 버글버글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일명 팅커벨이라고 불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팬에 등장하는 요정 팅커벨을 닮아서다. 사람을 물거나 전염병을 옮기지 않아 해충은 아니다. 불빛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바지선 주변에는 조명 빛에 홀려 밤새 날아다니다 수명을 다한 벌레들이 둥둥 떠 있었다.
이 ‘벌레 소탕용’ 바지선은 서울 성동구가 올해 처음 띄웠다. 성동구 관계자는 “한강에서 부화한 동양하루살이가 강변에 있는 야시장인 뚝도시장으로 몰려들어 상인과 시민 민원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동양하루살이는 해충이 아닌 데다 살충제를 뿌렸다가 한강이 오염될 위험이 있었다. 성동구는 빛을 좋아하는 동양하루살이의 습성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바지선에 조명을 달아 한강 위에서 동양하루살이를 바로 잡자는 아이디어다. 이번 ‘바지선 투입 작전’을 설계한 김동건 삼육대 교수는 “많을 땐 하룻밤에 30만 마리씩 잡기도 한다”며 “화학 약품 없이도 방역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
해마다 빨라지는 더위 때문에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방역 비상’에 걸렸다. 동양하루살이뿐 아니라 모기, 대벌레,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더 빨리, 더 많이 창궐하면서 예년보다 방역 일정을 2~3주씩 앞당기는 추세다. 날벌레 소탕용 바지선뿐 아니라 살충제 살포용 드론, 친환경 끈끈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방역에 나선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모기다. 서울시가 지난 19~23일 5일간 시내 55곳에서 채집한 모기는 8905마리로 작년 같은 기간(6584마리)보다 35.2%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름 모기가 갈수록 빨리 등장해 올해는 작년(4월)보다 한 달 이른 3월부터 모기 채집을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새마을 방역 봉사대’ 회원들과 함께 본지 기자가 직접 방역에 나섰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6월 중순쯤 발대식을 열 계획이었는데, ‘모기 때문에 죽겠다’는 민원이 하도 쏟아져서 바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나 건축 폐기물이 쌓여 있는 재개발 구역엔 결국 사람이 직접 들어가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봉사대를 따라 동대문구 이문1동 재개발 지역에 들어서니 깨진 유리와 접시, 버려진 책장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아래에 고인 물이 썩어 비린내가 났다. 10㎏쯤 되는 분사기를 들고 잔해 사이사이에 살충제를 뿌리자 골목이 금세 하얀 연기로 가득 찼다. 방역에 나선 임원갑(67)씨는 “주민이 모두 떠난 재개발 구역은 물이 한번 고이면 그대로 모기 천국이 된다”며 “서울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하고 있어 그 영향도 크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재개발 구역에서 본지 김영우 기자가 분사기를 들고 살충제를 뿌리며 모기 방역을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서울 25구 중 처음 방역용 드론을 투입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 빠른 4월 초부터 가동 중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재건축·재개발 구역이나 숲속, 양재천 주변 등에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서구는 지난 12일 공원과 축사, 하천 주변에 ‘끈끈이 현수막’ 40장을 매달았다. 서구 관계자는 “작년 8월 처음 시도해 봤는데 효과가 좋아 올해는 5월에 달았다”고 했다. 끈끈이 현수막은 가로 300㎝, 세로 60㎝ 크기다. 현수막 표면에 친환경 접착제를 발랐다. 언뜻 보면 평범한 현수막이지만 날벌레를 잡는 덫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산을 품고 있는 지자체는 활엽수 잎을 갉아먹는 해충 ‘대벌레’를 막기 위해 분투 중이다. 대나무처럼 기다랗게 생겨서 대벌레라고 부른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추세에 따라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2020년 이후 개체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는 지난 3월부터 구산동 봉산 일대 나무 3000여 그루에 끈끈이 테이프를 칭칭 감았다. 대벌레는 땅속에서 부화해 나무 기둥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끈끈이 테이프가 장애물 역할을 한다. 은평구 관계자는 “끈끈이를 붙인 이후 대벌레 피해 면적이 2020년 138ha에서 지난해 25ha까지 줄었다”고 했다.
‘초여름 불청객’ 러브버그도 걱정이다. 러브버그는 익충이지만 개체 수가 지나치게 늘어 시민 민원이 많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러브버그를 처음 ‘방역 대상’으로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6월 초에 장맛비가 내리면 러브버그가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살수차를 동원해 물로 쓸어내는 방법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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