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엔리케 감독, 10년 만에 챔스리그 우승 도전… 내일 새벽 인테르와 결승
2015년 6월 독일 베를린에서 루이스 엔리케(55·스페인) 감독과 다섯 살 막내딸 사나는 손을 꼭 잡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이끌던 엔리케 감독이 유벤투스를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밤. 둘은 바르사 연고지 카탈루냐 상징 세니에라(senyera) 깃발을 경기장에 꽂고 웃으며 뛰어다녔다. 부녀(父女)는 자정이 넘은 축하 파티에도 함께 있었다. 딸을 목말 태우고 밤새 눈을 맞추고 별것 아닌 얘기로 깔깔댔다. 그 밤은 그들에겐 작은 천국이었다.
그때부터 10년 뒤, 엔리케는 이번엔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을 이끌고 독일로 돌아와 챔피언스리그(챔스리그) 결승에 나선다. 6월 1일 새벽 4시(한국 시각)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과 결전을 벌인다.
구장도 달라졌고 사나는 곁에 없다. 사나는 2019년 3월 골육암(뼈암의 일종) 판정을 받아 그해 8월 29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스페인 대표팀 사령탑을 맡던 엔리케는 대표팀을 떠나 딸의 마지막을 지켰다. 그는 당시 “우리 딸은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가족을 인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
그때부터 10년 뒤, 엔리케는 이번엔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을 이끌고 독일로 돌아와 챔피언스리그(챔스리그) 결승에 나선다. 6월 1일 새벽 4시(한국 시각)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과 결전을 벌인다.
구장도 달라졌고 사나는 곁에 없다. 사나는 2019년 3월 골육암(뼈암의 일종) 판정을 받아 그해 8월 29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스페인 대표팀 사령탑을 맡던 엔리케는 대표팀을 떠나 딸의 마지막을 지켰다. 그는 당시 “우리 딸은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 가족을 인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엔리케는 무너졌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그를 기다렸고,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엔리케는 말했다. “사나는 물리적으로 함께 있진 않지만, 마음은 여전히 함께합니다. 우리 가족은 매일 그 아이 사진, 비디오를 계속해서 보면서 웃어요. 그래서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지 않았으면 사나와 무한한 행복과 즐거움을 9년 동안이나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엔리케는 지난해 ‘사나 재단’을 만들었다. 사나와 같은 종양 질병 등을 앓는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험난한 챔스리그 여정 속에서도 엔리케는 사나를 기억했다. 지난 1월 그는 회고하듯 말했다. “사나는 기억력이 좋아서 여전히 10년 전 파티를 즐기고 있을 거예요. 그날처럼 다시 한번 우승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사나가 또 깃발을 잔디에 꽂아줄지도 모르죠.”
엔리케는 올 시즌 프랑스 리그1과 프랑스컵 우승을 이미 달성했다. 이번에 이기면 10년 전 바르사 감독 시절, 사나가 있을 때처럼 두 번째로 ‘트레블(메이저 대회 3관왕)’을 이룰 수 있다. PSG에 구단 역사상 첫 ‘빅이어(챔스리그 트로피)’를 들게 해줄 기회다. 그에게 이번 결승전은 기억을 살리고 상실을 견디면서 남은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낯설고 단단한 벽을 마주해야 한다. 상대 인테르 밀란을 이끄는 시모네 인차기(49·이탈리아) 감독은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촉망받는 지도자 중 하나. 이탈리아 간판 공격수 필리포 인차기 동생이다. 2021년부터 인테르를 지휘한 그는 당시 구단주(중국 쑤닝 그룹)가 코로나 사태로 재정 위기를 겪어서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오크트리가 구단을 인수했지만 전폭적 후원은 아직 못 받는다. 그런데도 인차기는 지난 3시즌 동안 두 번째 챔스리그 결승행을 이뤄냈다. 올 시즌 이탈리아 프로리그 세리에A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과 2년 전 챔스리그 준우승을 이번에 다 풀어낸다는 각오다. 인테르는 2009-2010시즌 이후 15년 만에 다시 챔스리그 정상을 노린다.
엔리케가 PSG 소속 한국 선수 이강인을 과연 잠시라도 기용할지 주목된다. 이강인은 이번 챔스리그에서 리버풀과 벌인 16강전 이후 경기에 못 나서고 있다. PSG가 우승한다면 박지성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2007-2008시즌)에 소속된 두 번째 한국인 선수가 된다.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맨유 박지성(2008-2009, 2010-2011시즌), 토트넘 손흥민(2018-2019시즌) 다음 세 번째로 챔스리그 결승 무대에 선 한국 선수가 된다. 맨유가 우승할 당시 박지성은 벤치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강인이 경기에 뛰고 우승을 차지하는 첫 한국인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역시 관심거리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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