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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가몰라] "하차입니다"에 숨은 의미, 버스 하차 태그 왜 할까?

MHN스포츠 김예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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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가몰라] "하차입니다"에 숨은 의미, 버스 하차 태그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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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버스에서 하차한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버스에서 하차한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MHN 김예품 인턴기자) "하차입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들리는 익숙한 음성이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울리는 이 안내는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교통 이용자들에게는 일상적이지 않았다. 한동안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 사항처럼 여겨졌던 '하차 태깅'이 어느새 의무가 되었다. 왜 우리는 굳이 내릴 때 카드를 한 번 더 찍어야 하는 걸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거리비례 요금제의 정확한 적용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시내버스 요금은 단순히 탑승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버스 탑승 후 실제 이동한 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하차 시점이 기록되지 않으면 전산상 이동 거리를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중간 정류장에서 내렸음에도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그가 종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간주해 최대 요금을 부과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타지 않은 거리까지 요금을 낸 셈'이 된다.


환승 할인 시스템 역시 하차 태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수도권 대중교통은 일정 시간 내에 버스와 지하철, 또는 여러 노선을 환승할 경우 요금 일부를 할인해준다. 그런데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이전 교통수단에서 정확히 하차했다는 기록, 즉 태그다. 하차 태그 없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시스템은 환승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별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이는 환승 할인이라는 공공 서비스의 목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차 태그는 단순히 요금 계산을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데이터 수단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교통카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선별 이용률, 혼잡도, 특정 구간의 수요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배차 간격 조정, 비수요 노선 정비, 인기 구간 노선 재조정 등에 활용된다. 결국 이용자 한 명의 하차 태그가 수천 명의 교통 환경을 바꾸는 자료가 되는 셈이다.

서울 시내의 한 공영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서울 시내의 한 공영버스 차고지에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하차 태그는 '남 주는' 행위만은 아니다. 사용자에게도 직접적인 편익이 돌아간다. 선불 교통카드 이용자라면 하차 시점에 잔액이 표시되어 충전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고, 후불 카드 이용자는 하루 이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교통비 지원이나 세금 공제를 위한 이용 내역 증빙에도 해당 기록이 활용된다.


이처럼 하차 태그는 요금 정산과 환승 할인, 정책 결정 등 다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이용자에게는 '왜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과 피로감이 존재한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노년층의 경우 하차 태그를 깜빡하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정착을 위해 더 친절하고 직관적인 안내 시스템, 예컨대 시각적 알림이나 다국어 안내, 음성 보조 등 이용자 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드 한 번 더 대는 일, 그리 번거로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은 습관은 오늘의 교통을 보다 정교하게, 내일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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