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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생선가게에서 1m 크기 갈치를 1만 원에 판다면 50㎝ 갈치는 1만 원에 몇 마리를 팔아야 할까?'
세계적인 AI 5곳 모두 '1m가 1만 원이라면 50㎝ 갈치는 두 마리에 1만 원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그중 2곳은 신선도, 두께 등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족을 달았으나 2마리에 1만 원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은 모두 같았다.
질문 수준을 높여 '길이와 함께 무게, 두께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몇 마리를 1만 원에 받는 것이 합리적일까'라 물었더니 3~4마리에 1만 원이 적당하다는 발전된 답이 돌아왔다. 질문 수준에 따라 답도 나아졌지만 수학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했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수학적)인 답은 무엇일까? 50㎝ 갈치 8마리 이상이어야 1m 갈치 1마리에 견줄 수 있으며, 자잘한 8마리 살을 일일이 발라내야 하는 수고까지 고려한다면 대략 10마리에 1만 원 정도가 합리적이다.
그 수학적 근거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큰 갈치의 길이(높이)가 50㎝의 2배일 때 그 몸통의 폭(가로)도 2배, 옆에서 보는 두께(세로)도 대략 2배가 될 것이기에 1m 갈치의 부피는 작은 것의 8배(가로 2배X세로 2배X높이 2배) 정도로 유추할 수 있다. 길이(키)만 자라면서 폭이나 두께는 자라지 않는 경우는 없을 테고, 폭이나 두께도 평균적으로 키의 성장에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AI도 이와 같은 수준의 사고에 다가서지 못했다. 8~10마리는 돼야 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접근조차 못한 채 대충 3~4마리 정도라고 무심히 답하는 AI에게 우리는 너무 지나친 기대나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런 막연한 기우를 넘어 위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 중 첫째는 바로 질문자보다 더 수준 높은 추론이 힘든 AI의 한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질문 수준에 따라 거울처럼 AI의 답변 수준이 따라가기에 인간이 AI를 잘 사용하고 부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질문 수준을 창의적으로 높일 수 있는 지혜와 그에 기반한 통찰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훌륭한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제대로의 진짜 공부가 이전보다 더욱 필요하고 절실하다는 게 AI 시대의 역설이다. 우리들에게 앞으로 더 공부에 열심히 매진해야 하며 특히, 수학 공부에는 더욱 진심이어야 함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필립 (주)필립교육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