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 전망 1.5→0.8% ‘반토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
한국은행은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확 낮췄다. 지난 2월에 1.5%로 전망했었는데, 3개월 만에 거의 반 토막 낸 것이다. 1950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1% 미만 성장했던 때는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다섯 번뿐이었다. 각각 6·25 전쟁, 2차 오일쇼크,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대형 위기 여파에 따른 것이었다. 대내외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경제성장률이 0%대로 고꾸라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 경제에 ‘적색 경보’가 발령되면서, 6·3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최우선 국정 과제는 ‘경제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백형선 |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건설 경기 부진 영향이 가장 컸다”고 했다. 우리나라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14%를 차지하는 건설 투자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내수는 올해 1분기를, 건설 경기는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차츰 올라 내년 성장률은 1.6%로 전망된다”며 “그렇다 해도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돈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0.25%포인트 내린 연 2.5%로 결정했다.
0%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자 주요 대선 후보들도 다른 이슈보다 ‘경제’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급한 민생에 우선 집중하겠다”며 취임 1호 지시로 ‘비상경제 대응 TF’ 설치를 예고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취임 당일 30조원 규모의 민생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편성하겠다”며 “‘비상 경제 워룸’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내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수출 경쟁력도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0%대 성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출발하는 차기 정부는 경제에 ‘올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했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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