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성접대' 의혹을 뒷받침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역을 확보했다. 휴대전화의 주인은 2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다. 그는 2016년 경찰 압수수색 직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숨겼다. 이후 다른 사람이 이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했는데, 그 결과 내역을 뉴스타파가 확보한 것이다.
휴대전화 기종은 아이폰6다. 사용 기간은 2013~2016년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김성진 대표를 만난 정·관·재계 사람들의 연락처와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가 빼곡히 담겨 있다.
김성진은 3년 전 경찰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두 차례 성접대를 포함해 총 20여 차례 접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은 '김성진 폰'의 소유자를 확인하고 확보하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사건 관련자를 전방위로 조사해 '성접대'가 사실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소시효의 벽에 부딪혀 사건을 검찰로 보내지 못하고 끝낼 수밖에 없었다.
김성진 측이 지목한 '이준석 성접대' 날짜는 2013년 7월 11일과 같은 해 8월 15일이다. 지금까진 진술만 있었고 물증이 없었다. 그런데 두 날짜에 이준석 후보가 대전으로 내려간 사실이 문자로 확인된다. 우선 8월 15일에 김성진과 측근들이 나눈 문자 내용을 정리했다.
'김성진 폰' 문자에는 '장 이사'라 불리는 사람이 빈번히 등장한다. 장 이사는 15억 원대 '상납 장부'를 만든 김모 씨를 김성진에게 소개한 당사자다. 김 씨 뿐 아니라 장 이사 또한 김성진의 요청에 따라 접대 스폰서 역할을 했다. 김성진은 손님을 만날 때마다 이들에게 차량 픽업, 유흥업소와 호텔 예약, 선물 준비를 지시했다. 김성진은 이들을 '식구'라고 불렀다.
장 이사는 "이준석 위원 오늘 숙소도 리베라로 잡아놓았습니다!"라고 답한다. 잠시 뒤 장 이사는 다시 김성진에게 "대표님 이준석 위원님은 유성으로 모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떠하신지요?"라는 문자를 보낸다. 여기서 유성은 대전시 유성구에 소재한 룸살롱을 뜻한다. 앞서 김성진이 말한 아마데우스는 장 이사 본인이 운영하는 '가라오케'다. 자신의 가게 말고 유성에 있는 룸살롱으로 모시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성진은 "시간이 너무 이를 것 같은데, 이르지 않다면 이준석 위원에겐 유성도 좋은 자리가 될 듯합니다^^"라며 제안을 수락한다. 장 이사는 "알겠습니다! 유성으로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문자로 본 이준석 동선은 '대전역→ 김성진 자택 → 유성 룸살롱 → 리베라 호텔'
대전역에 가서 이준석 위원을 픽업한 김성진은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오후 6시 50분경이었다. 김성진은 아내에게 "가고 있어. 16분 도착. 맥주랑 와인도 시원히 부탁. 안주도"라는 문자를 보낸다.
1시간여 뒤인 오후 8시 17분, 장 이사가 김성진에게 "대표님 저희 유성에 대기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자, 김성진은 "네. 이준석 위원과 집에서 와인 한잔 중입니다^^ 곧 끝날 것 같은데 유성 어디로 가면 될까요?"라고 말한다.
문자가 오간 시각을 보면, 이들은 이날 밤 10시 20분경까지 룸살롱에 머물렀던 걸로 보인다. 룸살롱을 나서기 전 김성진은 수행비서에게 "웨이터 내려가면 뒷좌석 금일 산 약 1개 전달하세요. 1개면 됩니다"라며 '약 준비'를 지시했다. 이 약의 정체에 대해 장 이사는 '성 기능 관련 약'이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준석 '유성 싸롱(성 접대) 130만 원'이라 적힌 '상납 장부'를 공개했다. 김성진과 김 씨, 장 이사는 경찰 조사에서 이구동성으로 룸살롱 접대와 성 접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때는 진술 뿐이었다. 오늘 공개하는 김성진 문자메시지 내역은 이들의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뉴스타파 취재에 대해 한 달 넘게 입장을 내지 않던 이준석 후보는 뉴스타파의 소위 '상납 장부' 의혹 보도가 나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기사를 공유하며 "뉴스타파는 항상 사실 관계를 거꾸로 뒤집는데, 이걸(성 접대 의혹) 수사 안 한 게 아니라 가세연이 폭로한다고 들고 나와서 이걸 검찰이 수사해서 이준석이 무혐의 나온 거예요. (검찰이) 내용을 들여다보고 말이 안 되니까 무혐의가 나온 거지 덮어서 안 나온 게 아닌 거예요"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이 이 후보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앞서 이 후보가 가세연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가세연이 이 후보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는데 양측이 동시에 무혐의를 받고 끝난 것이다.
결국 이준석 후보는 수사 내용이 다른 두 사건을 뒤섞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셈이 됐다. 선거 후보자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그러나 경찰은 미처 확보하지 못했던 '김성진 폰'에는 이준석 후보 뿐만 아니라 여러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 대한 접대 내역도 담겼다. 이는 아이카이스트 투자자 김 모 씨의 소위 15억대 '상납 장부'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물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성진 폰'을 단서로 새롭게 수사가 진행된다면, '이준석 성 접대' 사건은 여야 거물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 재계 인사들이 피의자로 등장하는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