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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미국 연방검사 직무대행 자닌 피로의 취임 선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등 일부 고율 관세에 대해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된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 위한 절차를 1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 발표한 상호관세의 발효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이 법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관세는 해당 법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은 대통령이 국가 안보나 외교적 위협에 대응해 경제 제재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관세는 해당 권한에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법을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법원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위협”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입법권을 가진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무제한으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입법 권한 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교역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는 최고 145%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이후 협상을 이유로 90일간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다. 이번 판결은 뉴욕에 본사를 둔 와인 수입업체와 4개 중소기업, 오리건주와 뉴욕주를 포함한 12개 주 정부가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결과다.
백악관 대변인 쿠쉬 데사이는 판결 직후 “무역적자는 국가의 공급망, 제조업, 군사 대비 태세를 위협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며, 모든 행정 수단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법무부는 항소를 예고했다. 판결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기 위한 긴급 집행정지 신청도 검토 중이다. 철강·알루미늄 등 국가안보를 근거로 부과된 다른 관세는 다른 법률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번 판결의 대상이 아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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