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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엔 러시아, 서해엔 중국 있다” 이게 미국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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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해엔 러시아, 서해엔 중국 있다” 이게 미국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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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KGKraetzer Media 유튜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KGKraetzer Media 유튜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구소(ICAS) 주최 화상 대담에서 “한반도에서 동해를 보면 러시아의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이 있고 서해를 보면 중국의 북방한계선(NLL) 주변 침범이 있다”며 “우리가 그런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문제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한 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이동 배치하려는 배경엔 중·러의 도전이 있으며, 이는 한국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다. 북한 도발을 방어하는 역할은 한국군이 주로 맡아야 하고 미군은 중·러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에서 얼마 전부터 자주 나오고 있는 얘기다.

문제는 이 상황에 대해 한국은 무슨 대응책을 갖고 있느냐다. 당장은 중·러가 한국에 직접적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중국은 그런 준비를 심각하게 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금 우리는 전간기(전쟁과 전쟁 사이의 기간)에 있다. 전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국가와 군은 그 시대의 작전 환경과 현실에 대응하기 적합한 태세를 갖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이런 전간기에 한다”고 말했다. 유비무환이란 뜻이고, 한·미군이 북·중·러의 위협에 대비해 전략과 전술을 바꾸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안보 공약엔 세계 정세,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5년 전 누군가 ‘앞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데 포탄과 병력이 모자라 북한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으면 황당하게 들렸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난 것이 국제 정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여기에 한반도가 휩쓸려 들어가는 일도 이렇게 벌어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역(戰域)’으로 통합해 함께 중국을 견제하자는 구상을 미국, 필리핀, 인도 등에 설명했다고 한다. 일본은 자국 국익에 맞는 나름의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언제 어떻게 국익을 잃을지 모른다. 한반도 주변 정세를 폭넓게 살피면서 우리의 책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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