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덕환이 김석윤 사단에 합류한 것에 대해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씨엘엔컴퍼니 |
배우 류덕환(38)이 ‘전원일기’ 이후 다시 만난 김혜자와 호흡을 맞추며 또 한 번 성장했다.
지난 25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 분)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수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꼽히는 JTBC ‘눈이 부시게’의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김수진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드라마였다.
극 중 고은호 목사 역을 연기한 류덕환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류덕환은 “(김혜자) 선생님과 뵙기로 했다. 아직 (작품이 완전히) 끝난 느낌이 아니다”면서 “드라마 촬영 자체는 작년에 진행해서 그런지 잘 마무리 됐구나 하는 마음”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류덕환은 지난 2021년 사업가 겸 모델 전수린과 결혼했다. 결혼 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류덕환은 “결혼 후 조용히 살았는데 주변에서 정말 연락이 많이 오더라. 이모, 어머니, 친구 어머니들 등 연락 없던 분들에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대부분 제 정체와 솜이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며 인기를 실감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내가 너무 재미있게 봤다더군요. 제 아내는 지금 방영되는 드라마는 다 본다고 보면 되는데, 대중의 눈으로 바라보며 좋아해줘서 좋았습니다. 마지막회도 ‘오빠 너무 좋았어’라며 엄청나게 울더라고요.”
‘천국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회에서는 얽혀있던 인연들이 해소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목사 고은호는 해숙과 고낙준의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은호는 엄마를 용서했고 아들을 잃은 뒤 해숙이 만들어낸 해리된 인격, 솜이(한지민 분)는 소멸했다.
엔딩에는 만족할까. 류덕환은 “결말엔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마지막 촬영이 솜이가 소멸되는 신이었다. 대화를 나누기엔 모두 다 지쳐있었다”며 당시 현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석구 형님이 ‘너 콧물 나온 거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선 콧물이 거의 배꼽까지 흘렀어요. 감독님이 잘 편집해 주셔서 추하게 나오진 않았는데 눈물바다였습니다. 한지민과 저는 두 번째로 만난 신이었는데, 서로 ‘연기가 좋았다’고 칭찬만 했었어요.”
류덕환은 이 작품으로 김석윤 사단에 합류했다. 김혜자, 손석구, 한지민, 이정은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모두 김석윤 감독과 작품을 한 적 있으나, 류덕환은 이 작품으로 김 감독과 처음 만났으나 캐스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을까.
“처음에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오디션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감독님 첫 마디가 ‘할 거 예요? 말 거예요?’ 하시더라고요. 선택을 제가 하는 거냐고 하니까 ‘합시다’ 해서 진행됐어요.”
그러면서 “왜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느끼게 됐다. 감독님과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한 장면 지나가는 건데 해라’ ‘슬레이트 좀 치러 와라’ 하셔도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석윤 감독이 류덕환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덕환은 “감독님이 ‘목사 역은 류덕환이어야 했다’고 하더라. 김혜자 선생님이 잊고 있던 인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를 선택하셨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자 선생님은 국민 배우로 늘 바쁘셨고, 연세가 드시면서 과거의 기억을 많이 잊으셨을 것 같지만, 저는 늘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죠. 선생님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근사한 만남이 될 것 같았어요.”
류덕환은 지난 1996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김혜자와 처음 만났다. 김혜자는 김회장(최불암 분)의 아내 이은심 역으로 출연했고, 류덕환은 가까운 이웃인 일용 엄니(김수미 분)의 손자 이순길 역으로 출연했다.
오랜만에 만난 김혜자와 호흡은 상상만큼 근사했을까. 류덕환은 “기가 죽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를 잘하는 척, 당당한 척하려고 했지만, 선생님의 기에 눌려 기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워낙 편해 금세 적응할 수 있었어요. 2~3부를 촬영할 때는 ‘완벽한 팀에 폐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이 긴장했지만, 4부부터는 ‘다들 즐겁게 촬영하니 나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마실 가듯 현장에 갔습니다. 이렇게 편한 현장은 처음이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김혜자는 어떤 연기 조언을 해줬을까. 류덕환은 “선생님은 조언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 대신 장난을 많이 치신다. 부르셔서 갔더니 ‘이것 좀 봐봐’라며 손가락 하트를 해주셨다. 어디서 배우신 건지, 순간 심쿵했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려야 느낄 수 없었다. 힘들 것 같을 때마다 장난을 쳐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의 퀴즈’ 같은 작품들은 모두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끌고 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김혜자 선생님이 워낙 잘 이끌어주셔서, 저는 끌려가기만 하면 돼서 정말 편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류덕환은 또 “저는 저를 아끼는 법을 몰랐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행복했던 사람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나를 아끼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김혜자 선생님께서 그런 걸 느끼게 해주셨다”고 김혜자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 류덕환은 “김혜자 선생님이 장난을 쳐주셔서 마음이 편했다”며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씨엘엔컴퍼니 |
직접적인 조언을 해주진 않았지만, 김혜자와 연기하면서 류덕환은 깊은 인상을 받았단다.
류덕환은 “제가 대본을 보며 혼자 공부하고 준비했던 감정을 현장에서 눈빛만으로 바꿔버릴 정도였다. 김혜자 선생님이 ‘사실 제가 애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는데, 저는 감정을 머금고만 있고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빨려 들어가 눈물이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연구하고 준비해온 연기를 보여주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가끔 상대 배우의 연기에 압도되어 내가 준비한 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있죠. 그럴 때마다 놀라움을 느껴요. 예전에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김윤석 선배님과 연기했을 때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상대 배우의 연기로 인해 제 리액션이 달라졌습니다. 대본상 저와 김혜자 선생님의 장면이 가장 긴 장면들이에요. 그 연세에 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2인극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내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류덕환은 김 감독과 김혜자의 배려 덕에 수월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단다. 그는 “제가 연기를 33년 했더라. 저도 부담 없이 현장에 갈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이번 촬영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연기는 언제나 어렵고 두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답을 믿고 현장에 임해야 해 항상 조마조마합니다. 그런데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장에 가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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