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를 열흘여 앞둔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한 도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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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며칠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최근 188개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대선 지지율 예측조사에서*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격차가 한자릿수인 9.3%포인트로 좁혀졌다. 리얼미터의 5월 4주 조사에서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38.6%)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8.1%)를 10%포인트 내로 쫓아왔고,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율 합계가 이재명 후보와 같았다. 한국갤럽에선 김문수-이준석 합계가 이재명 후보를 넘었다.
물론 이런 결과들의 의미가 과장되어선 안 된다. 조사기관마다 결과가 달라서, 예를 들어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46%)과 김문수(32%) 후보의 차이는 여전히 상당하고, 한국방송(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각각 49%, 34%로 차이가 크다. 표본 규모가 큰 몇몇 조사에서 격차는 더 크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많은 조사에서 공통적인 ‘추세’다. 이재명 후보는 하락 추세, 다른 두 후보는 상승 추세다. 현 상황이 대세를 역전할 정도는 아니지만, 몇주 전만 해도 예상치 않던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선고 뒤에 일시적으로 이완됐던 한국 사회 균열의 ‘구조’가 복원되는 과정이다. 계엄 뒤에도 처음 몇주간 탄핵 찬반 여론의 차이가 컸지만, 연말연시를 지나며 갑자기 좁혀졌고 그 후 헌재 선고까지 수개월간 대략 60 대 35의 비율이 유지됐다. 그 35%의 탄핵 반대 유권자가 결집하고, 탄핵에 찬성했으나 이재명-민주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가세하는 만큼 김문수-이준석 지지율은 상승한다. 즉, 이 선거는 내란과 탄핵 때문에 하게 됐지만, 유권자 배열은 단순히 찬탄-반탄, 내란 종식-내란 세력으로 나뉘지 않는다.
박근혜 탄핵 후의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 탄핵 찬성 여론이 80%에 달했는데도 문재인, 심상정 후보 득표율 합계가 47.3%,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합계가 52.2%였다. 탄핵으로 보수가 궤멸하여 정권교체가 된 게 아니라, 보수 후보들이 분열되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계엄의 충격이 워낙 커서 민주당이 우세하게 출발했지만, 이 경우에도 이재명-민주당에 대한 반감, 불안, 실망이 커지는 만큼 오래된 유권자 배열의 복원력이 강해진다. 중도층에 신뢰를 주고 탄핵 광장을 지킨 다양한 목소리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 때 내란 종식의 지지 기반도 유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2017년과 중대한 차이가 있어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과거 보수 후보들만큼의 지지를 얻는다는 것을 예사롭게 봐선 안 된다. 문재인 후보는 노동, 복지, 기후 등 여러 의제에서 온건한 진보적 지향을 표방했고, 더 진보적인 심상정 후보는 6% 이상 득표했다. 보수 후보들은 종종 강경우파적이었지만 극우적 성격이 강하진 않았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 찬반 갈등을 겪으면서 정치 지형은 크게 우경화됐다. 한편에 중도보수로 위치를 정한 민주당이, 반대편에 극우 성향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있고, 진보 후보 권영국의 지지율은 1%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보수’ 정치의 전면적 극우화는 향후 한국 사회의 큰 위험 요소다. 한국의 보수 정치는 언제나 냉전·반공 이데올로기와 반민주·반인권적 요소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전광훈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김문수 후보, 혐오 정치의 달인 이준석 후보가 전체 보수 유권자를 대변하고 있는 현실은 과거와 다른 질을 갖고 있다. 이들은 ‘종북’, ‘간첩’, ‘반국가 세력’, ‘공산주의자’, ‘페미’, ‘친중’, ‘장애인단체’ 등 증오의 대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어 권력을 증식해왔다. 이는 12·3 비상계엄과 동일한 폭력적 지배 양식이라는 점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 사회가 비상계엄과 군의 ‘수거’ 작전이라는 가공할 폭력을 겪고도, 이 같은 극우 세력이 당내 권력과 상당한 지지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비상계엄 뒤 수많은 노력에도, 단지 윤석열만 파면되었을 뿐 그를 권력에 세운 사회적 하부 구조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더 강화되었음을 말해준다. 윤석열이 떠난 빈자리에 전광훈, 김문수, 이준석이 왔다.
특히 김문수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서 30%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정치적 동지였고, 전광훈이 “김문수 지사의 철학과 사상의 절반은 내 영향”이라고 말할 정도도 관계가 깊다. 그는 2020년에 전광훈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초대 당대표를 맡았는데, 자유통일당은 이승만·박정희 정신을 계승하고, 기독교 입국론을 표방하며, ‘주사파 촛불문화’를 척결하고, ‘광화문 애국운동’과 함께 행동하는 것을 강령으로 한다. 김문수는 그해 3월에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국민의힘의 전신인 당시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유가 “자유한국당의 좌클릭” 때문이며, “중도론은 웰빙론”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 우파 신념을 피력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니, 두 정당은 김문수를 고리로 한 몸이 된 셈이다. 이 사건은 그동안 정당정치에서 2% 안팎의 지지율로 변방에 머물렀던 극우 세력이, 헌정 위기 국면에서 정치적 위상을 급격히 끌어올려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의 지도부를 접수하기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나아가 이 변화는 국민의힘 당원·지지층 다수가 계엄 옹호, 부정선거론, 공산화론 등 자유통일당과 다를 바 없는 성향을 갖게 된 사회적 토양과 분리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극우적 정치·사회세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일 것이다.
이제 선거가 며칠 안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가장 큰 변수는 여론의 바람이 부는 방향과 투표율이다. 특히 내일과 모레(29~30일) 있는 사전투표와 6월3일 본투표를 포함하여, 지지층의 적극 투표율에 따라 최종 결과가 꽤 달라질 것이다. 내란 세력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한 생존 본능으로 필사적으로 지지층을 동원할 것이다. 신흥 혐오 세력은 미래 한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 진정한 사회개혁을 열망하는 유권자들이 그들을 압도할 만큼의 의지와 간절함으로 행동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2024년 12월 4일부터 2025년 5월 25일까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가상대결 문항이 포함된 189개 여론조사를 베이지안 추론과 상태공간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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