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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통치 이념으로 전락한 그리스 고전철학…'플라톤 중국에 가다'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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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통치 이념으로 전락한 그리스 고전철학…'플라톤 중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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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중국에 가다' 표지[언더스탠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플라톤 중국에 가다' 표지
[언더스탠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중국에서 때아닌 그리스 고전철학 열풍이 불고 있다. 다만 좋은 의미의 관심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고전 철학을 미국과 유럽에 대한 비판적 논쟁의 근거로 활용한다. 특히 '이데아'론으로 불리는 플라톤의 철학에 주목한다. 이상적 정의를 중시하는 플라톤 철학은 중국 민족주의와 결합해 '질서'와 '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둔갑했다.

미국의 저명한 고전철학 연구자이자 영국 학술원 회원인 샤디 바취 시카고대 교수는 신간 '플라톤 중국에 가다'(언더스탠드)에서 플라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철학이 현대 중국에서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부여받는 과정을 추적한다.

바취 교수의 주장은 '플라톤은 이상 국가를, 중국은 통치 이념을 꿈꾼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16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이 플라톤 철학을 처음 소개한 이래, 중국에서 고전철학은 꾸준히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천안문 사건 이후 중국의 권력층은 서구 민주주의의 '무질서'를 반면교사로 삼으며 플라톤의 '계급사회 모델'을 사회 안정과 위계 정당화의 논리로 끌어들였다.

저자는 이를 '고전철학이 권력의 언어로 전환된 결정적 순간'이라고 부르면서 중국에서 플라톤 철학은 이상적 정의가 아닌 중국식 사회주의 국가 이념의 철학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특히 플라톤의 엘리트주의적 특성을 유교의 도덕 정치와 결합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설계하려는 시진핑 정부의 전략에 주목한다.

중국 권력층은 자유민주주의의 단점으로 '포퓰리즘', '정책 불안정성',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를 꺼내들며 '대중의 감정적 통치'는 체제를 붕괴시킬 뿐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저자는 이 같은 흐름을 '플라톤을 자유의 철학자가 아니라 안정의 이론가로 해석하는 21세기적 재배치'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고전철학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도 시대와 정치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막스 베버의 '합리성 개념'은 유교의 전통적 가치와 결합해 서구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중국식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또 레오 스트라우스의 '국가주의 철학'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수단으로, 투키디데스의 '정치적 현실주의'는 중국과 서방의 경쟁적 관계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해석한다.

심규호 옮김. 440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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