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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난영 "'노조 혐오' 발언, 희화화하다 나온 말... 오해 있었다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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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난영 "'노조 혐오' 발언, 희화화하다 나온 말... 오해 있었다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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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과격하고, 세고, 못 생겨" 발언 논란
"그런 말 있었는데 나도 분노... 조금 희화화"
민주 "형식적 사과... 김건희 개사과 시즌 2"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설난영(왼쪽)씨가 27일 호남권 최대 재래시장인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을 찾아 시장 음식을 맛보고 있다. 순천=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부인 설난영(왼쪽)씨가 27일 호남권 최대 재래시장인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을 찾아 시장 음식을 맛보고 있다. 순천=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씨가 "노조(노동조합)는 과격하고 못생겼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노조 혐오' '성차별' 논란을 야기한 언급을 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죄송하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희화화하던 중 나온 말" "오해" 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사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내가 한 발언이 아니라... 그런 말이 있긴 했다"


설씨가 사과의 뜻을 표명한 건 지난 26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였다.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제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그런 말(노조 비하 발언)이 있긴 있었다"며 "제가 한 발언이 아니라, 그런 말에 대해 저도 상당히 분노하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말'을 옮겼을 뿐이라는 점을 은근히 부각한 셈이다.

그러면서 설씨는 "그것을 조금 희화화해 우리 당원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그런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오해가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사과하긴 했지만, 본인에 대한 비판을 '오해'로 치부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0일 포항북당원협의회 방문 때 나왔다. 1970년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을 지낸 설씨는 "어느 날 갑자기 제가 노조를 하게 됐다. 당시 노조라는 것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다"고 운을 뗀 뒤, "제가 노조 하게 생겼나.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라고 말했다. 또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다.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고 그런 사람"이라고도 했다.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반려견 '토리'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른 사진. 윤석열 캠프 관계자가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모습인데,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를 한 직후에 등록돼 '개사과' 논란을 낳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2021년 10월 2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반려견 '토리' 사진을 주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른 사진. 윤석열 캠프 관계자가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모습인데,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를 한 직후에 등록돼 '개사과' 논란을 낳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노총 "설씨 발언, 사회적 편견 드러내"


이러한 언급은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노조 혐오·성차별 논란으로 비화했다. 급기야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설난영은 이제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까지 냈다. 설씨 발언에 대해 한국노총은 "여성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여지없이 드러낸 발언"이라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예쁘고, 부드럽고, 문학적인' 모습과 노조 활동을 대조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하는 여성은 여성다움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갈수록 커지자 6·3 대선을 여드레 앞둔 26일, '공개 사과'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신속대응단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설씨 사과에 대해 "김건희 개사과 시즌 2"라고 비판했다. 대응단은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으면서 형식적인 한마디로 때우려는, 그야말로 말뿐인 사과"라고 꼬집었다. '개사과'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한 명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호된 비판 여론에 직면해 사과한 뒤, 반려견 '토리'와 사과를 함께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일화를 뜻한다. 당시 '사과는 개나 주라'며 오히려 국민들을 조롱한 게 아니냐는 지적, 토리에게 사과를 주던 사람은 김건희씨로 보인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