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송주현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건설 노동자를 흔히 ‘노가다’라고 부른다. 사전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노가다(どかた)를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막일꾼’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노가다는 건설 노동자를 비하하여 부르는 말이다.
건설 노동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는 집을 짓고, 건너는 다리를 만들고,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를 짓고, 반도체 공장을 가동되도록 한다. 건설 노동자의 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을 위한 건설 생산품을 만드는 산업임에도 사람들은 취업하기를 꺼린다. 막차 탄 인생들만 가는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다. 건설 현장은 더럽고, 힘들고, 불법이 난무하는 악취가 진동하는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시당하는 건설산업과 건설 노동자가 상종가를 누리는 시기가 있다. 매년 5년마다 찾아오는 대통령 선거와 4년마다 찾아오는 국회의원 선거다. 선거 때면 건설산업을 경기 부양 정책으로 내세운다. 이번 대통령 선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기에 경기 부양을 위해 후보들은 건설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은 취업을 유발시키는 산업이고, 건설 노동자를 산업의 역군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누구도 자녀들을 ‘노가다’로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율배반이고, 자가당착이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6월3일이 지나면, 누군가는 21대 대통령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성남 공장 노동자 출신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공장 노동자로 노동운동을 했다고 하고,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도 공장 노동자 출신이다. 이번 대선 만큼 공장 노동자 출신 대통령 후보가 많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후보들은 이러한 경력을 밑바탕 삼아 누구보다 노동자의 삶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다.
21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건설 현장을 대통령 자식들도 취업 하고 싶은 현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감히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건설산업 만악의 근원이라는 다단계 불법 하도급 근절과 적정 공사비, 적정 공사 기간 확보로 부실시공을 방지하여야 한다. 다시는 광주 학동 철거 붕괴 사고나,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등과 같이 공사 기간을 무시한 공사로 건설 노동자와 국민들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
둘째, 지금 건설 경기는 건축과 플랜트 부문을 망라하고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다. 여러 건설사가 부도나 법정관리에 놓여있고, 1년 이상을 실업 상태로 지내는 건설 노동자도 많다. 차기 정부의 역할은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어야 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 100만호를 건설하여 건설 노동자 일자리를 2022년 수준(212만명)으로 복원해야 한다. 더불어, 석유화학플랜트(여수, 울산, 대산) 장기 불황에 따른 일자리 대책(고용안정 등) 수립도 필요하다.
셋째, 안전한 건설 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매일 건설 노동자 2명은 일하다 사망하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부산 반얀트리 사고, 경기 안성 교량 붕괴 등 사고는 언제라도 건설 노동자와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 자식들도 취업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로 건설 현장을 바꿔야 한다. 공장 노동자 출신 대통령 후보들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본다. ‘역시나 안되는 건가’라는 실망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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