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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재가 곧 기술력"...중국엔 '화웨이 맞춤형' 대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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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재가 곧 기술력"...중국엔 '화웨이 맞춤형' 대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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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폴리텍대, 주요 기업과 '산학 연계' 인재 양성
대학 커리큘럼에 화웨이의 '인증 시스템' 이식
실무에 곧장 투입 가능한 '원스톱 직업 교육' 추구
글로벌 ICT 경진대회, 글로벌 인재로 바글바글


화웨이의 통신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화웨이 과학기술·정보통신(ICT) 아카데미'에 소속된 학생들이 23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선전폴리텍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화웨이의 통신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화웨이 과학기술·정보통신(ICT) 아카데미'에 소속된 학생들이 23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선전폴리텍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 23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선전폴리텍대학 전자통신공학원 3층의 '과학기술·정보통신(ICT) 아카데미' 교실. 대학 강의실이지만 중국 대표 통신기업 화웨이의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불케 했다. 강의실 벽면에는 이 학교 엠블럼(상징)보다 중국의 공룡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의 로고(CI)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강의실 곳곳에선 통신 분야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 30여 명이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기술 수업을 듣고 있었다. 팡쉐롄 화웨이 ICT 아카데미 주임은 "교실에 3G·4G·5G 설비가 마련돼 있는데 모두 화웨이가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미중 기술 패권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화웨이는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대학과는 '산학 연계'를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전 세계 학생이 참여하는 ICT 경진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포섭하는 식이다. 선전폴리텍대학의 산학 연계 과정이 한국 언론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가 필요한 기술을 학교 커리큘럼으로



선전폴리텍대학 전자통신학원 건물의 화웨이 ICT 아카데미 복도에 이 학교를 졸업한 우수 학생들의 이력과 진로가 전시돼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선전폴리텍대학 전자통신학원 건물의 화웨이 ICT 아카데미 복도에 이 학교를 졸업한 우수 학생들의 이력과 진로가 전시돼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대표 직업전문대학인 이곳은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화웨이와 협력해온 인재 산실이다. 2011년 화웨이 네트워크 기술학원(ICT 아카데미 전신)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등 내로라하는 중국 기업과 15개 '산학 연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에서 일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얻고도 첨단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이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 세계 브레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조차 ICT 분야에선 인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ICT 인재 생태계 백서'는 올해까지 중국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2,000만 명 이상의 인재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첨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교육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학생과 기업 모두에서 불만족의 목소리가 빈번히 터져 나온다.

이에 선전폴리텍대학은 산업 현장의 수요와 공급 간 '미스 매치' 해결을 위해 '커리큘럼'과 '화웨이의 인증 체계'를 결합한 직업 교육을 도입했다. 화웨이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능력을 측정하는 일종의 자격증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 곧바로 수업 과정에 '이식'한 것이다. 일례로 이 학교 학생은 화웨이의 인증을 얻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수업을 들었느냐가 아니라 화웨이가 요구하는 능력을 학점 이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학교는 화웨이와 함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교직원도 공유한다. 쑹룽 선전폴리텍대 전자통신공학원장은 "초창기엔 교수진이 기업에서 견학한 내용을 커리큘럼에 적용했지만 비효율적이었다"며 "화웨이 인증이 채용을 보장하진 않지만 협력 업체에 취업하는 발판이 되어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 학교 학생 3,000여 명이 재학 중 화웨이의 인증을 받았다.

쑹룽(앞줄 왼쪽 두 번째) 선전폴리텍대 전자통신공학원장이 23일 이 대학 전자통신공학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화웨이와의 '산학 연계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쑹룽(앞줄 왼쪽 두 번째) 선전폴리텍대 전자통신공학원장이 23일 이 대학 전자통신공학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화웨이와의 '산학 연계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국내 넘어 해외에서도 인재 수혈


화웨이는 해외 인재에도 '매력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올해로 9회째인 화웨이 글로벌 ICT 경진대회 결승전이 열린 24일 선전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나이지리아, 세르비아, 싱가포르 등에서 찾아온 청년들이 '화웨이 티셔츠'를 입고 경연장 대회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100여 개국에서 21만여 명의 교사·학생이 참가한 이 대회는 명실상부 화웨이의 글로벌 인재 육성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대회 수상'은 화웨이에 입사할 수 있는 '급행 티켓'과 다름없다. 48개국 179개 팀이 결선에 진출한 올해 대회에서는 중국, 알제리, 브라질, 필리핀 등 9개국이 수상했고, 선전폴리텍대학도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 관계자는 "2030년까지 세계 경제의 37.9%가 디지털 및 지능형으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화웨이는 2030년까지 1,000만 명 이상의 ICT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샹그릴라호텔에서 '제9회 화웨이 글로벌 ICT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샹그릴라호텔에서 '제9회 화웨이 글로벌 ICT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선전=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