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
구병모 소설가·‘파과’ 저자 |
그것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주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행위로써.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마음으로써. 그건 지구의 시각에서 보면 달팽이가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하는 정도로밖에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선한 마음을 갖고 다정한 온기를 나누고 싶어도 인류 문명사에서 언제나 대립과 약탈이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며 그것이 생존과 진화의 요건이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큰 기대나 낙관 없이, 비록 전체 역사에서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더라도, 나아가기를 그치지 않는다. 내민 손을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오늘의 인류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은 이 땅에서 지옥이 차지하는 범위를 조금이나마 줄여 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빚지고 있어서일 터다. 그리하여 우리는 환난의 일상에서도 가끔 작은 기적을 마주하곤 한다. 비록 한때의 빛이며 금방 꺼지거나 잊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이 땅에 이미 도래한 것이 지옥만 있지는 않음을 믿어보게 된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의 좋은 부분은 오랜 과거에 자신을 불쏘시개 삼은 이들이 만들어낸 미미한 기적이 누적된 결과임을, 이 문장을 통해 상기하곤 한다.
구병모 소설가·‘파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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