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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책임 떠넘기기… 피해는 국민 몫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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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책임 떠넘기기… 피해는 국민 몫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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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가명)는 소개팅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당신의 개인정보를 팔아 합의금을 받아갔습니다.’

세계일보가 불법사금융의 피해를 비롯해 금융의 어두운 민낯을 고발한 ‘탐욕의 금융’ 시리즈<세계일보 14일자 1·6·7면 참고>를 게재한 지 일주일 만에 기자가 받은 문자메시지다. 불법사채업자가 김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기자의 번호로 협박 문자를 보낸 것이다. 불법사채업자는 김씨의 휴대전화 주소록 앱을 동기화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김씨는 25일 “금융감독원에도 신고했지만 협박사건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이후 경찰에 연락했지만 ‘해외발신으로 오는 연락처에 계좌도 대포통장일 가능성이 커 신고해도 범인을 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숨 쉬었다.

김건호 경제부 기자

김건호 경제부 기자

불법사금융을 대하는 안일한 인식과 미온적인 대처는 비단 금감원과 경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금감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의뢰한 불법사금융 정보 중 81%가 각하 처리됐지만 금감원은 “방심위의 심의과정 지연이 원인”이라는 입장이고, 방심위는 “금감원의 삭제 요청이 너무 늦게 온다”는 입장이다. 적발과 단속 사이 간극이 있지만 주무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사이 불법사금융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법률’에서 ‘이자를 붙여서 돈을 빌려주어서는 안 되고, 그런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도 원금도 일절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사금융의 위험한 속성과 욕망을 제어할 줄 모르는 인간의 습성을 간파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불법사금융의 현실은 이런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여주기’식 대책으로는 불법사금융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발 빠른 수사와 강도 높은 처벌, 이를 위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김건호 경제부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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