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수업을 맡고 있다.
여고의 문학 수업은 그 자체로 감수성과 상상력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문학이 시험 과목이 아닌, 여고 시절을 빛내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연다.
수업은 계절에 어울리는 시 한 편을 낭송하며 시작된다.
함께 감상하고,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른다.
그러나 현실은 늘 우리를 시험 앞에 세운다.
중간·기말고사에서 26~27문항의 지필평가를 출제하려면 일정 분량의 본문 진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쉽지만 "이제 교과서를 펴고 시험 준비를 하자"며 이야기를 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강의식 수업과 함께 수행평가로 '문학 주제 탐구 보고서 작성하기'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학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탐구하고 주제를 정해 짧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다.
평가 방법과 기준, 형평성 등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수 차례 협의를 거쳤다, 학생들은 진짜 공부가 된다면서, 각자의 시선으로 자료를 모으고 생각을 정리하며 보고서를 완성해 가는 진지한 모습은 교사에게도 기쁨을 주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순간마다 교사와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학습의 장면들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다만 지필평가를 위한 시간 제약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주목하게 된 교육 패러다임이 바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이다.
지식의 양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없는 시대, IB는 탐구와 성찰 중심의 교육 철학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 IB 교육과정은 결코 낯설지 않다.
내가 진행 중인 탐구 보고서 활동은 IB의 '개인 탐구' 과제와 닮아 있고, 동료 교사가 이끄는 지역 프로젝트 수업은 IB의 '창의·행동·봉사(CAS)' 활동과 유사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역량중심 교육, 프로젝트형 학습, 서술형 평가 확대 등을 통해 IB와 유사한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각 시·도 교육청의 정책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서술형 전환 가능성, 학생부의 질적 기록 확대 등은 모두 평가중심에서 배움중심으로의 전환을 암시한다.
중요한 것은 교사로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실에서부터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교실에서 학생과 마주하는 매 순간, 우리가 선택하는 수업의 방식이 곧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구체화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대전환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다음 문학 수업의 주인공인 시인 윤동주와의 만남이 어떻게 하면 가장 감동적일까 고민하고 있다.
임혜란 제천여자고등학교 수석교사 교단에서,임혜란,I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