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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계룡시 계룡 병영체험관에서 국방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5일 지지층을 향해 “걱정하지 말고 사전투표에 참여해주기 바란다. 저도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며 대선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부정선거론에 올라타 “논란이 많은 사전투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지 20여일 만에 말을 뒤집었다. 이런 조변석개가 없다. 그러면서도 입장을 180도 바꾼 데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고, 왜 바꾼 건지 합리적인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이 일소됐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사전투표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하는 건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며 모순되는 발언을 이어갔다. 도대체 김 후보의 진심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래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초대 대표를 지내는 등 극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고 활동해왔다. 지난달 복당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뒤 사전투표 폐지를 공약한 것도 부정선거론에 경도된 강성 당원·지지층에 구애하기 위해서였다. 대선 후보 등록 뒤에도 지난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한 데 대해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해야 한다”며 옹호했다. 전 목사 등 극우 세력에 대해서도 “관계를 잘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 법원,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사실무근의 거짓 주장으로 판명 난 부정선거론과 극우 음모론자들을 이토록 감싸고돈 이유가 뭔가.
김 후보가 갑자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건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한 지지층이 사전투표를 거부할 경우 지지층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까 겁이 나서일 것이다. 이제라도 현실을 깨닫고 입장을 바꾸는 건 불가피했을 터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돌연 말을 뒤집기에 앞서 그동안 보여온 태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내놓아야 한다. 부정선거론과 선을 긋고, 극우 음모론자들과도 단호히 절연하지 않는 한 대다수 국민은 김 후보의 입장 변화를 속 다르고 겉 다른 정략적 꼼수로 받아들일 뿐이다.
실제 윤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속내를 감춘 채 ‘윤석열도 사전투표하겠다’며 김 후보와 똑같이 사전투표를 독려한 바 있다. 이후 그가 부정선거 망상을 표출하며 12·3 내란으로 치달았음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또다시 국민을 속이려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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