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남자 아이가 이스라엘의 주택 공격 현장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로이터]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 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소아과 의사 알라 알나자르(38) 씨가 근무하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응급실.
이곳으로 화상을 심하게 입은 아이들 시신 일곱구가 왔다.
아이들은, 나자르 씨가 병원에서 일하느라 집에 두고 온 자녀들이었다.
3살부터 12살. 이 나이의 어린 자녀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공습 때문에.
가자 민방위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에 있던 아이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날 공습은 24일 아침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생후 7개월 아기와 두살배기 아이는 잔해 아래 깔려있던 상태였다.
나자르 씨는 자녀 10명 중 한 명만 남기고 다른 모든 이를 떠나보내게 됐다.
다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11살 아들도 중상을 입었다.
나자르 씨의 남편 또한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입원 중이라고 한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 보건부는 의사인 나자르 씨의 남편이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집이 폭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무니르 알바르시 가자 보건부 장관은 엑스(X)에 “야히아, 라칸, 라슬란, 게브란, 이브, 라이벌, 세이든, 루크만, 시드라 등 자녀 9명이 숨졌다”며 “이것이 가자지구의 우리 의료진이 견뎌야 하는 현실”이라고 썼다.
알바르시 장관은 “가자에서 표적이 되는 것은 의료인들뿐이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 심해져 온 가족을 휩쓸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나자르 씨는 지금도 아이들을 잃은 와중에도 병원에서 계속 일을 했다고 동료가 전했다.
남편과 살아남은 유일한 아들은 모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현재 치료가 진행 중이다. 나자르 씨는 근무 중 주기적으로 가족의 상태를 살펴봤다.
가자 보건부 관계자는 자신이 병원에 왔을 때 나자르 씨가 인내심을 유지한 채 침착하게 현재 벌어지는 일을 받아들이는 듯한 눈빛으로 서 있는 것을 봤다고 CNN에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지역에서 자국군 부대 인근 건물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된 여러 용의자를 항공기를 동원해 공격했다며,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주앙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가자지구가 초토화된 이후 현지 주민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봉사단체로부터 뜨거운 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FP] |
한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해 주민이 굶어죽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국시로 삼는다는 맹방 독일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총리실의 펠릭스 클라인 반유대주의 특임관은 24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인도적 상황을 고의로, 극도로 악화하는 건 이스라엘의 국가 존립 보장과 무관하다”고 했다.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비롯한 ‘원죄’로 인해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했었다. 독일 정치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기적’, ‘선물’로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면서 딜레마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