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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마치 제가 '알사탕' 먹은 것 같아요"

뉴시스 손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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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마치 제가 '알사탕' 먹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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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애니로 재탄생 한 그림책 '알사탕'
23일 오전 국내 첫 시사 및 간담회 열려
백희나 작가 "동동이 목소리에 감동 받아"
백희나 세계적 권위 인정 받은 동화 작가
일본 대표 애니 스튜디오 토에이서 제작
"처음 보는 방식 충격 받아 애니화 결정"
일본 제작했지만 한국 배경 최대한 반영
"원작 세계관 최대한 존중하고 싶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동동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마치 제가 알사탕을 먹은 것처럼 감동을 받았어요."

항상 혼자 노는 동동이는 외로운 아이다. 구슬치기를 즐겨하는 동동이는 어느 날 새 구슬을 사러 문방구에 갔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구슬이 아닌 알사탕을 한 봉지 사온다. 아무 생각 없이 사탕 하나를 입에 넣은 순간, 동동이는 놀라고만다. 어디선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소파가, 개가, 나뭇잎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말을 걸고 아빠의 속마음까지 들린다. 그 알사탕 덕분에 동동이는 한 번 힘을 내본다. 나도 먼저 말을 걸어보자고.

백희나(54) 작가가 2017년 내놓은 그림책 '알사탕'은 요즘 아이 키우는 집에 없을리 없는 책 중 하나다. 꼭 '알사탕'이 아니더라도 '구름빵'(2004) '달 샤베트'(2010) '장수탕 선녀님'(2012) '나는 개다'(2019) 등 백 작가가 쓴 그림동화책 한 권 쯤은 있을 것이다. 그의 책은 창의적인 연출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아이들은 물론 부모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백 작가는 2020년 어린이책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았고, 미국 최고 권위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인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백 작가 대표작 '알사탕'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오는 28일 국내 공개된다. 원작은 한국 작품이지만 일본에서 영상화했다. '마징가Z' '은하철도999' '드래곤볼' '원피스' 등을 만든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토에이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을 만든 단델리온이 합작했다. 지난 3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3일 오전 '알사탕'이 국내 처음 공개됐다. 시사회 후 간담회에 참석한 백 작가는 "부산에서 뉴욕에서 상영한 적이 있는데 그땐 떨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떨리고 설레이고 이상하게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책을 만들 때 각 장면 안에 있는 인물의 표정이나 동작에 관해 워낙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화된 것에 큰 놀라움은 없어요. 그런데 동동이 목소리는 한 번도 상상을 안 해봤어요. 동동이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제가 알사탕을 먹은 것처럼 감동 받았어요."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백 작가의 '알사탕'에 '나는 개다'의 일부를 가져와 만들었다. 와시오 타카시 토에이 프로듀서는 업계 관계자에게 이 책을 추천 받아 읽게 됐고, 이 작품의 독창성에 매료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나온 타카시 프로듀서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크게 충격 받았다"고 했다. "그림책인데 지금껏 보지 못한 방식이었습니다. 훌륭했습니다. 스토리 역시 뛰어났고요. 다만 단편이어서 비즈니스로 성사되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회사를 설득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보겠다, 영화제에 출품하겠다고요."


일부 각색이 있긴 해도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지점토를 활용해 각 장면을 만든 백 작가 방식을 그대로 구현했고, 동동이가 한국 아이라는 걸 분명히 하기 위해 배경 역시 명백한 한국의 아파트 단지다. 거리 풍경, 상점 간판 등도 한국이라는 걸 알게 하고, 언덕이 많은 서울의 풍광이 반영된 장면도 있다. 타카시 프로듀서는 "원작의 세계관을 최대한 충실히 따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 만들면서 감독님과 함께 한국을 몇 차례 답사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서울의 한 동네가 이 작품의 배경이 됐죠. 작품 내에 까치가 나오는데 감독님이 한국에 까치가 많다는 걸 알아챘고 그걸 반영한 겁니다. 만약 한국에 안 왔다면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가 들어갔을 겁니다." 이 작품을 연출한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은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등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든 베테랑이다.

백 작가 역시 이 작품이 한국 작품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에 가장 크게 신경 썼다고 했다. "국내엔 '알사탕'이 한국 작품이라는 걸 모르는 분이 없을 거예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인 파급력이 있잖아요. 애니메이션이 됐을 때 혹시나 이 책의 오리지널리티가 흔들리면 어쩌나 걱정했죠. 하지만 제작사에서 이 작품의 세계를 최선을 다해서 존중해줬습니다. 감사했어요."


한국 고유의 세계가 충실히 들어간 이 작품은 결국 아카데미까지 가며 최고의 성과를 냈다. 비즈니스적으로 비관적으로 보였던 작품이지만 결국 비즈니스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백 작가와 타카시 프로듀서는 "작품 외적인 성과보다는 최대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따라온 결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어떤 작품을 만들든 완성도만 생각합니다. 내 의도대로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한 거죠. 어디 내놔도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그 만족감이 제겐 중요해요."(백희나)

'알사탕'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러닝타임은 21분이다. 아이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길이다. 백 작가는 "아이들의 극장 입문용으로 좋은 작품"이라며 "많이 와서 봐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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