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시스 언론사 이미지

경기도의회, 의원 성희롱·갑질에 직원 무방비…대책은 윤리특위뿐?

뉴시스 이병희
원문보기

경기도의회, 의원 성희롱·갑질에 직원 무방비…대책은 윤리특위뿐?

서울맑음 / -3.9 °
가해자가 의원인 경우 사무처 대응 한계
지침·강령 위반 시 의원은 '윤리특위' 징계뿐
"윤리특위, 공무원 징계 기준처럼 명확히 해야"
경기도의회 광교신청사.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도의회 광교신청사.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의회 양우식(국민의힘·비례) 운영위원장의 직원 성희롱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의 성희롱이나 갑질 등에 직원들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 특성상 의원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직원 보호 장치가 부족한 데다 징계절차마저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는 윤리특별위원회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23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기도 직원 전용 익명 커뮤니티 '와글와글'에 양 의원으로 추정되는 상임위원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원장이 직원을 향해 '쓰○○이나 스○○ 하는 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테고'라고 발언했다는 폭로다.

논란이 되자 의회사무처는 피해 직원을 분리 등 조치에 나섰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의원이다보니 사무처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먼저 '경기도의회 성희롱·성폭력·스토킹 예방 지침'에 따라 의장은 의원과 직원의 성희롱 등 발생 시 필요한 조치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성희롱 사건의 경우 내부적으로 피해사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의 조사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에는 "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발생을 인지하게 되면 기관장은 지체없이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위자의 부서 이동이나 재택근무 등 조치해야 하는데 행위자가 본회의를 통해 선출된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라 사무처 차원의 조치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행위자 소속 정당에서 "남성 간 비공식 대화" "성희롱 여부에 대해 신중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등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배포하면서 2차 피해 논란이 일었지만 대응은 없었다.

한 공직자는 "익명 커뮤니티 통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혔고 의회 차원에서 인지한 사건을 조사할 수 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행위자가 직원이었으면 진행됐을 일이 의원이라서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성추행, 갑질 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도 유명무실하다.

성희롱 사건 발생 직후 한 시민사회단체가 "양 의원이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결국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로 넘어가 의원들의 의결을 거쳐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윤리특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20년(7~11대) 동안 경기도의회 윤리특위에서 결정한 징계 사례는 경고 1건, 공개사과 2건, 30일 출석정지 1건 등 4건뿐이다. 주취상태로 행사장에서 난동, 음주상태로 위원회 회의 참석 등은 사과에 그쳤고 음주운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안은 출석정지 30일이 나왔다.

그 사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거나 음주운전 등 비위가 잇따랐지만 윤리특위는 가동되지 않았으며, 이번 성희롱 사건은 윤리특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공직사회에서는 의원들로부터 성희롱, 갑질 등 피해 직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의회 내 성희롱, 갑질 등 고충상담창구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청의 경우 인권담당관 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성평등옴부즈만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인사권 독립 이후 비교적 최근 인사담당관이 생기면서 공직윤리팀 직원들이 고충상담창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의회에서는 고충상담창구를 별도로 개설하거나 의원들을 부담 없이 조사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섭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징계 기준을 공무원 수준으로 세분화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공무원은 복무태만, 품위 유지 위반, 성 비위 등 세부 항목별로 정도에 따라 징계 수위가 명확하게 나와있는 반면 도의회 윤리특위는 경고, 공개사과, 출석정지, 제명 등이 추상적으로 명시돼 있다.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징계 수위를 명확하게 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는 윤리특위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공직자는 '와글와글'에 "적어도 중요 직책 맡은 도의원들에 한정해서 징계 할 수 있었으면 일반직 직원까지 자기 휘하에 두고 권한을 행사하는 분들은 적어도 그 권한에 맞게 책임을 부여하는 게 맞다. 모 상임위원장의 어떤 처분으로 인해 도정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면 그에 상응하는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공직자는 "사람을 갑을로 나누고 취약한 을에게는 추악한 본인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구조적 인식의 총체적 문제다. 결국 이는 고질적 문제인 몇몇 의원들의 형태와 닿아 있다. 처벌이 올바르게 이뤄지는지, 몇달이 걸릴지라도 기억하고 지켜보며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의회 차원에서 의원을 직권으로 조치에 한계가 있다. 법령이나 조례를 개정해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회 내부적으로도 의원 행동강령, 윤리특위 조례 등을 정비해 강력한 징계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