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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은 팀의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수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내야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지만,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며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재현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프로가 아니다. 타격에서 더 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 출신인 이재현은 2022년 삼성의 1차 지명을 거머쥐며 프로에 입성했다. 데뷔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2년 차인 2023년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어깨 탈구 증세가 있어 2023년 10월 말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빠르게 재활을 마친 뒤 지난해 4월 중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유격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올해도 삼성의 유격수는 이재현이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뒤 팀이 치른 5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유격수로 수비 이닝은 408이닝으로 리그 전체 야수를 통틀어 2위다. 비교적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임에도 꿋꿋하게 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야구장에서 만난 이재현에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은지 물었다. 이재현은 "프로선수라면 힘들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 체중이 줄었는지 묻자 "1kg 정도 빠졌는데 다들 수척해 보인다고 하신다"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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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삼성 동료이자 서울고 선배인 선발투수 최원태가 경기 종료 후 격려 차원에서 밥을 사주려 했다. 하지만 이재현은 응하지 않았다. 최근 타격 부진이 마음에 걸렸고, 숙소에 남아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고민을 이어갔다.
이재현은 올 시즌 50경기서 타율 0.229(170타수 39안타) 5홈런 23타점 3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16, 득점권 타율 0.255(47타수 12안타) 등을 기록 중이다. 3월 8경기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으나 5월 19경기서 타율 0.167(66타수 11안타)에 머물렀다.
유격수로서 수비에서 기여도보다 타석에서의 침체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재현에게 "그래도 수비를 잘해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이재현은 리그 전체 유격수 중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스탯티즈 기준) 1위(1.61)를 달리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도 팀을 구하는 그림 같은 호수비를 펼쳤다. 경기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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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은 7회까지 키움과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다 8회초 2사 2루서 오른쪽 폴대를 맞힌 구자욱의 우월 투런포로 2-0 앞서나갔다. 8회말, 금세 위기가 찾아왔다. 대타 전태현의 우전 안타, 이주형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 2루가 됐다.
후속 박주홍은 애매한 위치로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와 3루수 사이 지점에 공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때 이재현이 등장했다. 끈질기게 달려간 뒤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로 공을 낚아챘다. 다급히 귀루하던 누상의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로 앉아 2루에 송구하는 후속 동작까지 완벽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감탄한 듯 입을 벌리며 머리 위로 박수를 쳤다. 만약 이 타구가 안타로 이어졌을 경우 실점 확률이 높아지고 후반 경기의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재현이 팀을 구해냈다.
삼성은 22일 키움전 2-0 승리로 시리즈 스윕을 달성하며 3연승을 달렸다. 팀 순위도 8위에서 6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재현 덕에 웃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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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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