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무관 체증 날리고 유로파 트로피
美언론 “토트넘史 최고의 선수로 기록”
에이징 커브·부상에 시즌 내내 이적설
UCL·슈퍼컵 등 잔류 유인 요소도 남아
美언론 “토트넘史 최고의 선수로 기록”
에이징 커브·부상에 시즌 내내 이적설
UCL·슈퍼컵 등 잔류 유인 요소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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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메달을 목에 건 손흥민이 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캡틴 손흥민은 당초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받지 못해 논란이 됐다. UEFA는 한정된 메달로 일부 선수에게 메달을 걸어주지 못했다며 시상식 후 토트넘에 메달 20개를 추가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손흥민(토트넘)이 15년 무관 체증을 시원하게 날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현지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손흥민의 시즌 뒤 거취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의 2024-2025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1971-1972, 1983-1984시즌 우승)을 합쳐 무려 41년 만에 통산 3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17년간 이어온 지긋지긋한 무관의 늪에서도 벗어났다.
오는 26일 브라이턴과 2024-2025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만 남긴 토트넘은 정규리그에서 강등권(18~20위)의 바로 위인 17위로 밀리는 굴욕의 시간을 보냈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최악 부진 시즌’의 아쉬움을 한방에 털어냈다.
해외 언론은 캡틴 손흥민의 오랜 헌신으로 토트넘의 우승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 디 애슬레틱은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뛴 손흥민은 이제 해리 케인을 넘어 토트넘 현대사 최고의 선수로 남을지도 모른다. 케인은 트로피를 얻기 위해 떠났지만, 손흥민은 회의론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남았다”며 손흥민을 극찬했다.
실제로 토트넘 레전드로 불린 가레스 베일과 루카 모드리치, 케인은 우승을 위해 다른 팀으로 이적해 트로피를 들었지만, 손흥민은 끝내 남아 이들이 이루지 못한 우승을 만들어냈다.
토트넘을 지키며 17년 만의 우승 한풀이를 한 손흥민은 스스로도 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손흥민은 우승 후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나요?”라고 묻자 “네! 오늘만큼은 저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것을 해냈다”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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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게티이미지] |
이제 축구계의 관심은 토트넘에서 10년 간 활약한 손흥민이 다음 시즌에도 잔류할지, 아니면 아름다운 이별을 택할지에 쏠렸다.
토트넘은 올 여름 손흥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협상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다 결국 장기 재계약 대신 ‘1년 계약 연장 옵션’만 가동했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겠다는 신호다.
오는 7월 33세가 되는 손흥민이 올시즌 뚜렷한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공식전 46경기에 출전해 11골 12도움을 기록 중이다. EPL 30경기 7골, 유로파리그 10경기 3골, 리그컵 4경기 1골, FA컵 2경기 0골이다. 객관적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2021-2022 EPL 득점왕이자 8년 연속 리그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의 스탯으론 아쉬운 게 사실이다.
브라이턴과 EPL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것은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4골) 이후 처음이다. 최고의 장점이었던 스피드와 활동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 데다 골결정력도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다.
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비록 유로파리그 우승 성과를 냈지만 경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점도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새 사령탑이 올 경우 젊은 선수들로 팀 개편에 나서면서 손흥민을 핵심 자원에서 제외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 언론들은 이번 시즌 내내 손흥민의 이적설을 전하며 토트넘과 아름다운 결별을 예상해왔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러브콜이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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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포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하지만 유로파 우승으로 획득한 달콤한 전리품이 손흥민의 잔류 유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이다. 축구팬들은 올시즌 EPL 17위로 강등권 제외 꼴찌에 머문 토트넘이 다음시즌 UCL 본선 티켓을 따낸 건, 내신 9등급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은 것과 같다고 비유할 만큼 이는 토트넘에게 올시즌 최고의 선물이다.
손흥민 역시 다음 시즌 UCL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손흥민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케인과 맞붙을 수 있다는 데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챔피언스리그는 항상 최고 팀들과 겨루는 무대다. 만약 케인과 맞붙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손흥민은 또 “3개월 내로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들어 올릴 수 있다. 한번 도전하겠다”고 하면서 2025-2026 UEFA 슈퍼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000년 신설된 UEFA 슈퍼컵은 새 시즌을 앞두고 UCL 우승팀과 UEL 우승팀이 단판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다. 8월 14일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다. 손흥민이 토트넘 잔류를 결정해야 나설 수 있는 무대다. 토트넘 상대팀은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PSG) 또는 인터밀란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아 또한번 별들의 무대에서 꿈을 펼칠지, 아니면 냉정한 현실 앞에서 토트넘과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을지 올 여름 캡틴의 거취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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