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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고 사랑스럽다, PC 없이 따스함만 가득하네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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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고 사랑스럽다, PC 없이 따스함만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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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릴로&스티치’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2위
PC(정치적 올바름)를 강요하지 않는 디즈니는 이렇게 뭉클하다. 파란 외계 악동 스티치가 당돌한 꼬마 릴로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동명의 애니메이션(2002)을 실사로 만든 ‘릴로&스티치’는 고압적인 가르침으로 팽만하던 디즈니의 실패를 걷어찼다. 특정 인종을 강조하지 않는다. 어색한 성별 전환도 없다.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따스함만 전한다.

디즈니 실사 영화 '릴로&스티치'에서 외계 악동 스티치(왼쪽)는 하와이 꼬마 릴로를 만나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된다. 두 캐릭터의 매력은 '릴로&스티치'를 이번 주 북미 흥행 1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 실사 영화 '릴로&스티치'에서 외계 악동 스티치(왼쪽)는 하와이 꼬마 릴로를 만나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된다. 두 캐릭터의 매력은 '릴로&스티치'를 이번 주 북미 흥행 1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랑스러운 악동, PC 없는 디즈니의 매력 살려

‘릴로&스티치’는 하와이에 불시착한 스티치와 여섯 살 소녀 릴로(마이아 케알로하)가 ‘작고 망가졌지만 소중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스티치는 외계의 괴짜 박사가 일부러 선한 면을 빼고 만든 불법 유전자 실험체. 이름도 없이 ‘실험체 626’으로만 불렸다. 심술쟁이 말썽꾸러기에 식탐이 엄청나고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망가뜨린다. 교통 사고로 부모를 잃고 언니와 단둘이 남겨진 릴로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외로운 릴로 앞에 나타난 ‘실험체 626’에게 릴로는 스티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여느 디즈니 영화처럼 이야기는 매우 익숙하다. ‘릴로&스티치’의 매력은 익숙한 이야기를 사랑스럽게 이어가는 두 주인공에게서 나온다. 두 귀를 쫑긋 세운 스티치가 릴로와 얼굴을 맞대고 웃으면 귀여움이 폭발한다. 실제로 하와이 출신인 아역 배우 마이아 케알로하는 원작 애니에선 보기 어려웠던 생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스티치를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났을 때 환호하며 지르는 탄성, 처음 포옹했을 때의 따뜻한 미소가 화면을 환하게 밝힌다. 코알라와 강아지, 토끼와 아기곰을 합해 놓은 스티치의 모습은 어린이 관객과 예전 애니 팬 모두를 만족시킬 듯 하다. 2D 애니에선 못 느꼈던 스티치의 솜털도 만져질 듯 보송보송하다.

서로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는 보편적 스토리도 살아있다. 장난만 칠 줄 알던 스티치는 “너는 실험체 626”이라며 끌고 가려는 괴짜 박사에게 “나는 스티치”라며 맞선다. 릴로를 알기 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외롭던 릴로는 스티치를 구하기 위해 과감한 모험을 결심한다.

둘의 에너지에 섞여 디즈니의 고전적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다른 세계에서 온 낯선 존재에도 아무런 편견이 없는 아이의 시선, 부모가 없지만 애정이 넘치는 두 자매라는 설정은 이전의 ‘PC 디즈니’와는 달리 부드럽게 전달된다. 가족을 얘기하지만 완벽한 가족을 강조하진 않는다. “가족도 완벽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렇다고 나쁘다는 거 아냐”라는 릴로, “이게 내 가족이야, 내가 찾아냈어, 작고 망가졌지만 좋아”라는 스티치의 말은 누구나 공감할 울림을 남긴다.


2002년 원작을 몰라도 관람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원작 애니의 팬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특히 조연인 괴짜 박사(자흐 갈리피아나키스)와 여장(女裝)이 취미인 외계인 요원(빌리 매그너슨)의 개성이 희석된 점은 깐깐한 팬에겐 감점 요인이다.

◇북미에선 이번 주 1위 기대작, 흥행 기록 세울까

21일 개봉 첫날 ‘릴로&스티치’는 관객 1만9178명으로 올해 최고 흥행작 ‘야당’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북미에선 23일 개봉한다. 우리의 현충일과 유사한 전몰 장병 추모일인 메모리얼 데이 대목을 맞아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함께 박스오피스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언론은 ‘릴로&스티치’의 주간 흥행을 1억2000만달러, ‘파이널 레코닝’은 8000만달러로 점친다. 두 작품을 합해 2억달러 흥행을 기록하면 역대 메모리얼데이 주간 박스오피스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릴로&스티치’는 귀여움으로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끌고, ‘파이널 레코닝’은 액션으로 성인 관객을 불러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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