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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햅쌀 출하를 앞두고 강원도내 한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양곡 창고에 쌀이 잔뜩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근 3년간 정부가 남는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면서 발생한 손실이 1조56억원에 달한다. 과잉 생산된 쌀을 웃돈을 얹어서 비싸게 사들인 뒤 창고에 저장하며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고, 2년 반이 지나 먹을 수 없게 되자 헐값에 팔아 치웠다. 세상에 이런 낭비는 대한민국 쌀 시장밖에 없을 것이다.
몇 달 전 이런 국내 쌀 시장이 ‘기형적’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일본의 쌀 감산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직후 일본에서 쌀값이 폭등하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자, 과거 기사를 비판하는 메일을 여럿 받게 됐다. “우리도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일부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쌀 담당자들과 농경제학과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공통된 분석이 하나 있었다. 일본과 한국의 쌀 생산 구조가 다르다는 것, 이로 인해 벼 재배 면적 감축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쌀 재고율은 소비량 대비 약 12%였지만, 한국은 34.7%로 3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일본은 폭염과 관광객 증가 등 복합적 요인으로 쌀 소비량이 늘었고, 정부는 적기에 비축 물량을 풀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우리가 일본 사태를 보고 배워야 하는 것은 ‘그러니까 쌓아 놓자’가 아니다. 쌓아 놓았더니 애물단지가 됐다. 차라리 고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스트럭처에 더 투자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비축 물량을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과잉 생산 문제에 수조 원의 국고를 투입하기보다는 이 재원을 미래 대비에 쓰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쌀이 진정한 식량 자원이라면 말이다.
대선 국면에서 양곡관리법이 다시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과잉 생산되는 경우에 정부가 (쌀을) 사서 가격을 관리해주자”고 말했다. 시장 논리와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쌀이 계속 복지로 남아 있을 것인가, 산업으로 발전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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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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