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 입단한 우완 불펜 자원인 김민(26)도 시즌 초반 염색을 했다. 보통 연한 색으로 염색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김민의 경우는 노란색으로 염색을 해 튀는 감이 있었다. 모자를 써도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기분 전환 차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염색을 한 뒤 성적이 좋지 않았다. 피안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실점도 따라왔다.
4월 30일 삼성과 경기에서는 ⅔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하며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초반 0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이 점차 올라 4.97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김민은 곧바로 미용실로 달려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공교롭게도 김민은 그 이후 실점이 없다. 7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경기 내용도 안정적이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20까지 내려왔다.
머리 색깔이 경기력에 주는 영향은 사실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냥 우연일지 모른다. 다만 중간에 한 차례 계기는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2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민이는 재밌더라. 며칠 전에 인천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감독님, 감 잡았습니다’라고 말하더라. ‘이제 달라집니다. 볼에 이제 감이 왔어요’라고 하는데 그다음부터 150㎞를 때리더라”고 말했다.
김민이 이 감독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감을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실제 데이터에서도 그 ‘감’은 나타난다. 김민은 포심도 던지기는 하지만, 역시 횡적인 무브먼트를 가지는 투심이 장점인 선수다. 지난해 시속 150㎞를 넘나드는 투심이 일품이었다. 김민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다만 시즌 초반에는 이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다.
실제 시즌 초반에는 투심 구속이 시속 150㎞를 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염색 때문이 아닌, 투심 구속이 떨어지고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다만 이 구속은 근래 들어 점차 오름세다. 김민이 이 감독에게 ‘감을 잡았다’고 말한 시점인 5월 11일 전후, 김민은 네 경기 연속 경기당 150㎞ 이상(이하 트랙맨 기준)의 공을 던졌다. 2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투심의 평균 구속이 149.2㎞에 이르렀다. 구속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이다.
트레이드로 맞바꿔진 오원석(kt)도 좋은 활약을 하고 있기에 한동안은 계속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이숭용 SSG 감독도, 이강철 kt 감독도 상대 선수가 어떤 활약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데려온 선수가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숭용 감독은 “원석이도 가서 잘해주고 있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플랜이 민이가 오면서 탄탄해졌다. 또 (이)로운이가 올라오면서 지금 불펜 야구를 할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게 좋다”고 기대를 걸면서 “다시 염색을 하면 내가 벌금을 매기겠다”는 농담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