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친모는 목욕탕에, 시모는 법원에 아이 버려”…판사 분노케 한 양육권 소송

조선일보 이가영 기자
원문보기

“친모는 목욕탕에, 시모는 법원에 아이 버려”…판사 분노케 한 양육권 소송

서울맑음 / -3.9 °
2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 /tvN

2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 /tvN

‘이혼 전문’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가 가장 분노했던 소송으로 ‘생후 7개월 아이를 부모가 수차례 버리며 서로 키우지 않겠다고 하던 사건’을 꼽았다.

정 판사는 2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가정법원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양육권 소송 사례를 소개했다.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9년째 근무 중인 정 판사는 지금까지 5000건 이상의 이혼 판결을 맡았다고 했다.

그중 가장 분노했던 사건에 관해 정 판사는 “게임 채팅앱을 통해 만난 부부였다. 아기를 갖게 되어 급하게 결혼한 뒤 매일같이 싸웠다고 한다”고 입을 열었다.

정 판사에 따르면, 아내는 어느 날 너무 힘들다며 시어머니가 자주 다니는 목욕탕에 7개월 아이를 버려두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목욕탕에서 아이를 발견한 시어머니는 그날 저녁 아내의 친정으로 찾아가 아이를 다시 떠넘겼다.

부부는 이혼 소송을 하면서도 서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아내와 친정부모, 남편과 시부모가 모였지만 “네가 아이를 키우라”며 옥신각신하던 상황, 정 판사는 양육 환경 조사를 위해 법원 출석을 명령했다.

가사조사관이 조사 기일을 잡은 그 날, 시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법원에 두고 가버렸다고 한다. 7개월 아기는 빈 법정에 홀로 버려져 있었다. 정 판사는 “남편은 그 사실을 알고도 법원에 오지도 않았고, 아내가 법원에 와서 울고 있던 아이를 발견했다”며 “시어머니와 남편은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가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가장 분노했던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tvN

정현숙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 부장판사가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가장 분노했던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tvN


벌써 세 차례나 버려진 아이를 보며 정 판사는 “과연 이 부모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됐다”고 했다. 법원이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양육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통해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것도 고려했다고 한다.

정 판사는 “차라리 이런 부모라면 시설에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재판 조정 기일을 잡으면서 부부에게 ‘아기를 유기한 사건에 대해서 법원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원에서는 당신들이 부모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엄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때, 아내 측 변호사가 “남편이 양육비만 잘 지급한다면 아이를 키워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에 정 판사는 6개월의 조정 기일을 잡았다. 다행히도 그 기간 남편은 양육비를 잘 지급했고, 아내는 아기를 키우면서 정이 들었다고 한다. 정 판사는 “양육권은 아내가 갖고, 남편은 2주에 1번씩 면접 교섭을 하는 것으로 판결했다”고 했다.


정 판사는 “이혼 부부의 아이들과 관련된 부분이 제일 힘들다”며 “이혼은 할 수 있지만, 둘 사이에 낳은 자녀를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이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