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인센티브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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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기업들의 참여율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아직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이 전체 상장사 중 6%도 채 안된다.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이날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151곳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이 119곳, 코스닥 기업은 32곳이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종목 수가 각각 932개, 1693개임을 고려하면 전체 참여율은 5.8%에 불과하다. 특히 코스닥 기업의 경우 참여율이 1.9%에 그친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도 대형주 중심으로 편중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도 여전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오히려 낮아졌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일 기준 0.88배로, 1년 전(0.99배)보다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PBR도 1.95배에서 1.60배로 줄었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1배 미만일 경우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으로 본다.
기업의 공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탄생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밸류업 지수란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한 기업을 모아 만든 지수로, 거래소는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수 편입 시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수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거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활용돼, 구성 종목들에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수를 기초로 자산운용사들이 낸 밸류업 ETF에 대한 관심이 미적지근한 상황이다. ETF체크에 따르면 밸류업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DEX 코리아밸류업'의 경우 최근 두 달(60일)간 평균 거래대금이 7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첫 날 거래대금 830억 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시장에 있는 밸류업 ETF 12개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거래대금이 줄고 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장 투자심리가 식은 영향이 큰 가운데 프로그램 참여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지적된다. 정부는 공시 참여 기업에게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경감, 상속세 할증평가 폐지 등 여러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이중 다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상장 기업들은 19일 거래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배당과 자기주식 소각 등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주가 부양이나 배당을 위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이를 감수하고 공시에 참여할 만한 인센티브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가 정비돼야 체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에는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며 "단기 이벤트로는 근본이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오는 27일 밸류업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다음 달 지수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모든 대선 후보들이 증시 부양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주주환원 등 밸류업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수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관성 있는 밸류업 인센티브 확대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김효숙 기자 (ssoo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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