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당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조력자 인터뷰
"여의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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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B 씨를 돕고 있는 조력자 A 씨는 B 씨가 당 고위 당직자 C 씨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피해자 중심주의와 절차적 타당성을 강조하던 지도부는 어디 갔나. 당 스스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할 기회를 놓치고,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조국혁신당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곁을 지키며 조력 활동을 해온 A 씨는 당의 대응 과정에서 느낀 회의감을 이렇게 토로했다.
A 씨는 피해자인 B 씨가 당 고위 당직자 C 씨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연스럽게 조력자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C 씨로부터 '사실 왜곡 및 직무 방해' 등의 사유로 역신고까지 당한 A 씨. 그는 이 일련의 과정이 혁신당이 내세운 운영 원칙과 철학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당 지도부가 강조해 온 '피해자 중심주의'가 실제 조사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지만, 실제 조사는 조사위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신고 내용의 비밀보장은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매뉴얼의 기본인데 이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파생 피해나 피해자와 조력자의 심리적 고통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당 내부의 비위는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해결하는지가 그 정당의 정체성과 품격"이라며 "혁신당은 지금 문제를 축소하거나 회피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일갈했다.
A 씨는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그야말로 직을 걸고 '여의도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정규직 전환 인사 평가는 망했다'는 각오로 문제 해결에 고군분투 중"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병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다른 한 고위 당직자로부터 '병가를 내면 정규직 전환 평가에 불이익이 간다'는 조언을 들었을 때 이 당의 '혁신'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진심으로 의문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A 씨가 21일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건의 경과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지난달 23일 출근 직후, C 씨는 본인을 별도로 대회의실로 불러, B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회의실에서 B 씨와 면담한 내용을 녹음한 게 A 씨가 맞냐"고 확인했다. 이후 "왜 그런 식으로 한쪽 편만 드냐", "만약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질 것이냐"는 등의 발언도 했다.
이후에도 C 씨는 A 씨의 업무 협조 소통에 대해 "과장과 이야기하라"는 식으로 거리를 뒀고, 이 같은 상황을 C 씨 국장 지휘 하의 팀원들이 목격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A 씨는 팀원들과의 협업에까지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C 씨로 인한 2차 가해가 지속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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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가 이뤄진 회의실은 A 씨 자리에서 불과 30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더팩트 DB |
[다음은 조력자 A 씨와의 일문일답]
-이 사안을 외부에 알리고 공론화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뭔가
첫째, 3개월 가까이 아무 조치가 없던 상황에서 2차 가해 현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둘째, 가해자 C 씨로부터 오히려 신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2차 가해가 이뤄진 회의실은 내 자리에서 30cm도 떨어지지 않은 유리 회의실로 방음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대화 내용이 그대로 들려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면 다들 다른 회의실을 이용하곤 했다. C 씨가 B 씨에게 '너 하나로 열 명이 불편하다', '문제 제기한 사람이 문제 해결해야 한다', '노무사에게 준 증거 우리도 달라', '우리 회사도 노무사 있다' 등 압박하는 말을 계속했다.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 정도였고, 스스로 방관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녹음을 했다. 그런데 이 녹음본을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가해자가 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고 나를 특정해 추궁했다. 해당 내용은 조사 과정에서 진술서를 한 줄, 한 줄 읽어주고 보여주지 않는 이상은 디테일하게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도 없이, 네가 했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피해자도 당혹스러워 조사위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가해자 면담 과정에서 진술서 내용에 대한 문답은 불가피하지 않냐', '가해자도 당시 현장에 있었으니 조력자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는 취지의 말뿐이었다.
신고자의 진술 내용과 관련자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도 명시된 부분이다. 게다가 가해자가 저를 인사위에 신고했고, 저 역시 제가 당한 피해를 인사위에 신고했다. 당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외부 노무법인에 위탁한다고 들어, 제 사건도 원 사건과 함께 위탁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제 사건은 당 인사위에서 조사하고 필요시 외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들었고,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 판단했다.
-피해자 곁에서 사건 대응을 돕게 된 계기가 뭔가?
특별한 계기는 없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왜 아무런 조치가 없지?' 하는 갸우뚱함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B 씨가 우리 부서 소속이기도 하고 타 부서 소속이기도 하다. 자리는 타 부서에 있었다. 올해 초부터 가끔 만나면 지나가듯 (괴롭힘에 대한)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초 일부 부서 간 공간 재배치가 있었고, 당연히 B 씨가 우리 부서로 올 거라 생각했다. B 씨도 요청했고, 부서원들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4월까지도 우리 부서에 자리가 있음에도 옮겨지지 않았다.
-공론화 결심 이전과 이후, 당 내부 반응이나 분위기에서 달라진 점이 있었나?
C 씨는 당의 고위 당직자이자 우리 부서의 관리자급이다. 그러다 보니 C 씨가 내게 거리 두기를 시작하자, 그 지휘하에 있는 다른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 우리 부서가 큰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피해자·조력자·2차 가해자가 함께 있는 부서에서 업무 관련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과제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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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의 냉랭한 분위기, 소통 단절, 업무 마비가 계속되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국회=박헌우 기자 |
-그런 상황이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혹은 위협이나 압박으로 느껴졌던 점이 있었나?
'이래서 다들 조력자로 안 나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의 냉랭한 분위기, 소통 단절, 업무 마비가 계속되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당 지도부가 과연 중립적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일개 당직자로서는 출근하는 순간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력자로서 당의 대응을 바라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나?
당 조사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듯한 느낌을 받았고 2차 가해나 조력자들이 처할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구조라고 느꼈다. 특히 내 사건은 당초 원 사건에서 파생된 2차 피해이며, 신고 내용 유출로 인해 발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경위에 대한 조사조차 외부 위탁 없이 당 인사위가 하겠다는 방침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인사위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것도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 씨와 조사위원인 당 고위 당직자 D 씨가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고 평소에도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로 보였다. 이런 정황을 고려했을 때 조사 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조직 내 가장 시급한 개선점은?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초기에 대응하지 않은 점과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나 당원 여론이 없었다면 지금도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구호가 아니라 실제 원칙으로 만들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지금 조직이 가장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지점이다. 조국 전 대표의 수감 이후, 당 지도부는 '우리는 정치적 결사체'임을 자주 강조해 왔다. 정치적 동지들이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운영 원리와 질서 또한 수립되고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우리 당의 문제 해결 과정과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당 지도부들의 입장을 보면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혁신당의 지향점과 내부 운영 원리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솔직히, 당직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주권 당원으로서 너무 허망하고 속상하다. 그런데 사건 접수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딱히 해결된 것은 없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당의 민낯은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구태의연함이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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