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영화를 감독한 이영돈 피디, 윤 전 대통령,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자가 6·3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 선동에 나서다니, 그 뻔뻔함과 무도함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구의 한 영화관에서, 감독을 맡은 이영돈 피디, 제작을 맡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최근 총선·지방선거 등에서 부정이 실재했고, 이번 대선도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영화다.
그가 부정선거 영화를 관람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극우 지지층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부정선거론을 합리화해 자신의 파면과 내란 재판의 정당성을 깎아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꼽고, 이를 파헤치겠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선관위, 법원, 헌법재판소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판명 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부정선거론에 빠져, 지지자들과 영화를 보며 또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말했던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한 백의종군”이 이런 거였나.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은 극렬 극우 세력과 손잡고 부정선거론에 계속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비쳐, 매우 위험하다. 이영돈 감독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불복 운동 할 것”이라고 했는데, 윤 전 대통령은 여기에도 동참할 건가. 대선 이후에는 또 ‘광장’에서 ‘대선 부정선거론’을 더할 것인가.
이러니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풀어줘 시내를 활보하며 음모론을 선동하도록 해준 법원·검찰의 잘못을 다시 짚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나오는 호소처럼,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야 한다.
원죄는 신속·단호하게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저희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고 했지만, 그런다고 면책이 되지 않는다. 국민 눈에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여전히 한 몸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출당도 못 시키고, 끌려다니다 겨우 ‘자진 탈당’ 모양새를 갖다 바친 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다. 심지어 김문수 대통령 후보는 이날도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오히려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대선 필패 구도를 부여잡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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