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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미사일 요격도... 베일 벗은 트럼프 '골든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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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미사일 요격도... 베일 벗은 트럼프 '골든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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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지원 구상은 없어"
244조원 들여 북중러 美본토 위협 대비
“레이건 과업 완수”… ‘스타워즈’ 재추진
실현 가능성 의문… 머스크 수혜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미국을 위한 골든돔’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미국을 위한 골든돔’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본토 상공을 ‘황금 지붕’으로 덮어 적국의 미사일 공격을 막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골든돔’(Golden Dome) 구상이 베일을 벗었다. 자신의 임기 중 우주 기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을 실전 배치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야심이다. 그러나 현재 책정된 비용과 기간이 계획을 실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장밋빛 청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골든돔의 설계를 결정했다며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면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주군 참모차장인 마이클 게틀라인 장군을 골든돔 사업 수석 책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2029년 1월까지다. 4년이 채 남지 않았다.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1,750억 달러(약 244조 원)로 추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중 250억 달러(약 35조 원)가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감세와 지출 삭감이 골자인 공화당의 연방정부 세제·예산 통합 법안)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골든돔은 우주 기반 미사일 요격 체계다. 지상 레이더로는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는 신형 미사일을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탐지기)가 추적하면 해당 정보를 받은 우주 공간의 요격기가 그 정보를 지상에 있는 요격 미사일에 재전송하거나 레이저빔 등으로 직접 요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명분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적대국의 미사일 역량 고도화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우주 궤도 미사일’을 10년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60기, 12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신형 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 비행하는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탄도 예측이 더 어렵고 목표물까지 날아가는 거리도 짧은 데다 남극권을 지나기 때문에 기존 방공 체계로 방어하기가 더 힘들다고 DIA는 설명했다. DIA는 또 북한이 2035년까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 50기를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상. 그래픽=강준구 기자트럼프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상. 그래픽=강준구 기자

트럼프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상. 그래픽=강준구 기자트럼프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상. 그래픽=강준구 기자


골든돔 구상에는 미소 냉전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다 미완에 그친 ‘스타워즈’ 구상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구상(SDI)을 내놨지만 예산 부족과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 시작한 과업,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일을 진정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골든돔 건설이 완성되면 지구 반대편과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역대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캐나다도 그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며 연락해 왔다. 그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날 발표 자리에 배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골든돔은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와의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밑 빠진 독


하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일단 졸속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일주일 뒤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공 체계인 아이언돔과 비슷하고, 탄도 및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순항 미사일 등을 요격할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미국에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 계획을 두 달 안에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원래 행정명령 명칭은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이었는데 ‘미국을 위한 골든돔’으로 변경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색 선호는 잘 알려진 취향이다.

피트 헤그세스(왼쪽부터) 미국 국방장관과 미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이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을 위한 골든돔’ 구상을 듣고 있다. 배경 초상화 속 인물은 미소 냉전기 ‘스타워즈’ 구상을 추진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워싱턴=UPI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왼쪽부터) 미국 국방장관과 미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이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을 위한 골든돔’ 구상을 듣고 있다. 배경 초상화 속 인물은 미소 냉전기 ‘스타워즈’ 구상을 추진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워싱턴=UPI 연합뉴스


비용이 과소평가됐을 개연성도 있다. 미국 전역을 방어하려면 탐지용 인공위성이 적어도 400기, 많으면 1,000여 기가 필요하고 이와 별도로 미사일이나 레이저 무기로 무장한 요격용 인공위성이 약 200기 있어야 한다는 게 지난달 보도된 전문가들 계산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향후 20년간 우주 기반 요격기를 배치·운영하는 데에만 최대 5,420억 달러(약 755조 원)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초 국방부의 골든돔 건설 계획 관련 브리핑 때 대통령(트럼프)이 임기 내에 완료될 수 있는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개발 일정 역시 빠듯하다. 목표물이 비행 중일 때 우주에서 이를 요격하는 기술, 고에너지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해 쏘는 기술 등 개발하기 위해 여러 해가 걸릴 기술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이해충돌 소지도 있다. 골든돔 사업의 상당 부분을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수주할 게 확실한데, ‘대통령 특별고문’ 자격으로 행정부 일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머스크가 대규모 국방부 계약을 따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