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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 자리 안 되나요” 안내견 동반 시각장애인 요청 거절한 횟집 논란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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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 자리 안 되나요” 안내견 동반 시각장애인 요청 거절한 횟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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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교체를 요청한 허씨와 일행에게 식당 측이 "개를 데리고 있어서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자리 교체를 요청한 허씨와 일행에게 식당 측이 "개를 데리고 있어서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령의 유디오 유튜브


부산의 한 횟집이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 손님이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별도의 안쪽 자리에 안내해준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시각장애인 측은 홀에 손님도 다 차지 않은 상황인데 단지 안내견을 데리고 있다는 이유로 자리를 거절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식당 측은 식사 중 개를 불편해하는 손님이 있을 수 있어 일부러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논란은 지난 18일 KBS 시각장애인 앵커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허우령씨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을 보면, 허씨는 회를 먹기 위해 부산의 한 횟집에 방문했다. 홀이 많이 빈 상황이었으나, 허씨와 일행은 안쪽 독립된 룸으로 안내됐다. 이에 허씨와 일행이 식당 직원에게 찾아가 “혹시 자리를 바다 쪽으로 바꿀 수 있냐”고 묻자, 식당 측은 “개가 있어서 안 된다”고 거절했다. 허씨의 반복된 요청에도 식당 측은 “개는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재차 자리 변경을 거부했다.

이후 상황은 다소 논쟁적으로 변했다. 허씨와 일행이 “홀 손님들이 싫다고 하셨냐. 그런 컴플레인(불만)은 없지 않았냐”라고 따졌고, 식당 측은 “안내견이라도 홀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식당 측이 “손님들이 음식 먹다가 싫다고 일어나면 귀찮지 않으냐”고 말하자, 허씨는 “다른 손님들은 생각하면서 왜 저희 생각은 안 해주냐. 지금 자리는 불도 안 켜져 있어 창고 같다”고 맞섰다.

결국 허씨와 일행은 횟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떠났다. 허씨는 영상을 통해 “무조건 ‘안내견 출입해야 한다’는 식으로 억지를 피우지 않는다. 가게 안에 개 알레르기가 있고, 개를 무서워하는 손님이 있다면 자리를 피하거나 멀리 앉는다”며 “그런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제재를 한 게 큰 문제”라고 했다.

네티즌 반응은 “안내견 입장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니 문제 될 것 없다”와 “손님이 많은 상황도 아니었는데 식당 측 배려가 부족했다” 등으로 엇갈렸다. 영상이 올라온 지 사흘 만에 댓글은 1000개 이상 달렸다.


허씨 측이 이해된다는 네티즌들은 “사장님이 자리 배정해 주는 거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면 되는 것도 맞지만, 불도 안 켜주고 구석 자리 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자리 배치는 식당 재량이지만 식당 측 태도에 충분히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시각장애인이라지만 구석 자리에 앉힌 건 장애인이기 이전에 ‘손님’을 무시한 행동”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혹시 모를 개털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좌석 배치 조정은 식당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가게에서 안내견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니고, 손님 자리 배정은 업주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안내견은 장애인 분들의 편의를 위해 법적으로 모든 장소에 출입이 가능하지만, 가게 주인 입장에서 개를 싫어하는 분들을 생각해서 분리된 공간으로 안내할 권리도 있다” 등 식당 측 대응에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네티즌 의견도 나왔다.

식당이 안내견의 출입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숙박 시설·식당 등에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및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데, 식당은 안내견과 허씨 일행의 출입 자체를 막진 않았다. 이 법은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의 공공장소 출입은 보장하고 있지만, 출입 이후 어디에 앉을 수 있는지 등 공간적 배치에 대한 세부 기준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장애인복지법은 큰 틀에서 ‘출입’에 대한 것만 명시하고 있다”며 “안내견 출입 가능 장소와 위치를 법으로 하나하나 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세부적인 건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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