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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안양시장의 ‘갈라치기’ 발언 논란 가속... “정치권에나 어울리는 무책임한 주장”

조선일보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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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안양시장의 ‘갈라치기’ 발언 논란 가속... “정치권에나 어울리는 무책임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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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이 20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종합운동장 미디어실에서 심판 판정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FC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이 20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종합운동장 미디어실에서 심판 판정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프로축구 FC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이 작심하고 꺼낸 오심 항변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시장이 축구계를 ‘갈라 치기’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시장은 지난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심판 판정에 대해 구단은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심각한 판정의 오류들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FC안양이 당했던 10개의 오심 장면을 공개하면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향해 “오심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라고 요구했다.

문제되는 발언은 그 직후 나왔다. 최대호 시장은 “K리그가 몇 개 안되는 기업 구단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기업 구단 눈치 보는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시도민 구단은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은 시도민 구단이 차별받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어 최 시장은 “기업 구단은 막대한 자본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몰빵’한다. 잘 나가는 구단은 선수 연봉에서부터 3배 차이가 난다. 시민구단 선수들이 헌신하고 고군분투하는데, 현실은 쉽지 않다”라며 “룰은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시민 구단들 불만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오심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불쑥 심판들이 기업 구단을 봐주기 위해 오심을 남발한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안양 구단은 논란을 예감했는지 ‘편 가르기’ 발언 도중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최 시장의 발언을 두고 축구계에서는 이틀 내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한 기업 구단 관계자는 “어떤 근거로 최 시장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는데, 매일 승리를 위해 땀 흘리는 축구인들이 기업 구단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승부 조작 가담자가 돼 버렸다”며 “최 시장은 이 이야기가 어떤 의도였는지 정확히 밝히고 사과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면 공개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도민 구단 관계자는 “기업 구단의 자본력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연맹이나 협회가 기업 구단에 더 유리한 판정을 지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광주FC는 시도민 구단인데도 기업 구단들을 제끼고 아시아 AFC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올라갔다. 한정된 자원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야지 심판 판정만을 탓해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가 별다른 공식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역시 비판적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오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득을 본 경기도 분명 있을 텐데, 그것은 쏙 빼고 밝힌 것은 옳지 않다”라며 “기업 구단과 시도민 구단 이야기는 더욱 부적절하다. 만약 정치적 이득을 보려하는 것이라면 이목을 끌었으니 대성공일 테다. 또다른 시도민 구단을 이끌고 있는 정치인들이 악용할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이런 무책임한 주장이 정치계 뿐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들린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라고 했다.

최대호 시장의 축구단 관심을 남다르다. 지난 시즌 안양이 1부리그로 승격했을 때 머리카락을 팀 컬러인 보라색으로 염색했다. FC안양 출신인 조규성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을 펼치자 직접 그를 안양시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다른 팀 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과했던 것 아닌가 싶다”라며 “최 시장이 추가적인 입장을 내놔야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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