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경제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은 꽤나 부담스럽다. 경제신문 기자 중에 경제를 모르는 이가 있겠는가. 깊이 알든 얕게 알든, 경제라는 주제를 걸고 칼럼이든 기사든 언제든 글 한 편쯤 써낼 재주는 다들 있다.
‘경제 대통령’의 자격은 훨씬 더 까다롭다. 기자는 정부가, 국회가, 대통령이 만든 정책을 해부하고 비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통령은 그런 돌팔매질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저항, 반대 진영의 ‘묻지마 비난’까지 감내하고 돌파해야 한다.
‘경제 대통령’의 자격은 훨씬 더 까다롭다. 기자는 정부가, 국회가, 대통령이 만든 정책을 해부하고 비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통령은 그런 돌팔매질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저항, 반대 진영의 ‘묻지마 비난’까지 감내하고 돌파해야 한다.
1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첫 TV 토론회의 주제는 경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세 후보 모두 ‘경제 대통령’을 자처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3대 1 싸움 같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돈을 풀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확신한다. 계속된 공격에도 ‘호텔경제론’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정부가 지역화폐든, 국민지원금이든 돈을 풀면 이 돈이 마중물이 돼 소비가 늘고 기업이 살아난다고 믿는다. 소득주도성장의 변형이다. 이 후보는 집권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부터 서두르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고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본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야 기업이 경쟁력을 찾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친기업 정책의 전형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싸잡아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재원 조달 수단 없는 공약은 탁상공론이라고 날을 세웠다. 셋다 맞는 말이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에서 “코로나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국가가 져야 할 빚을 국민이 졌다. 나라가 먼저 빚을 져야 했다”고 했다. 나라 빚도 결국 국민이 갚는다. 쉽게 말할 일이 아니다. 김문수 후보가 제시한 감세와 인프라 투자는 서로 반대 방향이다. 세금을 깎고 지출을 늘리려면 결국 빚을 내야 한다. 서로 손가락질 할 일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케인스를, 김문수 후보는 래퍼를 끌어내 경제 공약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경제는 학자가 그린 그래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정책이 작동하는 현장은 훨씬 복잡하다. 국민의 심리, 기업의 기대, 국제 정세, 기술 혁신 등 많은 변수가 얽혀 정책 결과는 종종 예상을 벗어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그랬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설계도, 그리고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과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을 받아들여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야당 시절 강하게 반대했던 정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과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과감한 확장재정을 통해 일자리와 수출을 살려냈다.
이들은 정치적 입장과 신념에 갇히지 않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전환할 줄 알았고, 야당의 아이디어라도 국익에 도움 된다면 받아들였다.
굳건한 신념이 있고, 필요하다면 그 신념마저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그게 경제 대통령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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