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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된 조세지출 심층평가…구조조정 해법은?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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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된 조세지출 심층평가…구조조정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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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2.0]<5>일몰 없는 조세지출④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조세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심층평가'가 도입 10년을 맞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심층평가 결과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고 조세 특례 제도 상당수가 쉽게 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지출 평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동안 재정지표는 망가졌다. 국세감면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국세감면율은 3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정·조세 통합관리 체계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더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세지출 심층평가 도입 10년 간 6건만 폐지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조세지출 기본계획 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심층평가를 받은 109개 조세지출 항목 중 6건이 폐지, 18건이 장기적 축소·폐지를 건의 받았지만 실제 폐지된 것은 6건이다. 올해 의무평가 대상 23건 중에서도 13건(56.5%)은 6회 이상 일몰이 연장됐다. 9회 이상 연장된 것만 9건(39.1%)이다.

수차례 축소나 폐지가 권고됐지만 정책적 부담과 수혜계층 반발로 유지되고 있는 대표 항목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연 4조1000억원)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2조4000억원) 등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0회 연장됐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은 8회 연장됐다. 심층평가 결과와 일몰 연장이 무관하게 이뤄졌던 셈이다.


이밖에 올해 의무심층평가 대상 중 주요 항목엔 통합고용세액공제(3조8000억원)도 포함돼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세 항목의 감면액만 합쳐도 10조원이 넘는다.

또 다른 문제는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의 분리 운영이다. 동일한 정책목표를 지닌 두 제도가 각각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계부처 등에 의해 따로 관리되면서 유사·중복 지출을 막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근로장려세제(EITC)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저소득층 소득지원이라는 유사한 목표를 가졌는데도 이원적으로 운영되면서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와 행정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통합심층평가 시범운영 중…실효성은 미지수

정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용장려 및 문화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의 통합심층평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범평가 과정에서 확인된 장·단점을 반영해 평가방법을 개선하고 평가결과에 따른 환류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부터 조세·재정지출 분류체계도 일원화해 12대 분야로 통합 공개하고 예산 편성 단계에서 유사한 사업끼리 상호 비교하도록 했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에도 조세지출 항목을 입력해 재정사업과 병렬 비교가 가능하도록 개선 중이다.

다만 정부의 조세지출 구조조정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우선 심층평가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정부는 매년 7월 정부안과 함께 심층평가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지만 이는 참고자료일 뿐 최종 결정은 국회의 몫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조세지출만 심층 평가한 결과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인데 통합심층평가를 하더라도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통합해 평가하려면 조세지출만 받은 집단, 재정지출만 받은 집단, 둘 다 받은 집단, 아무것도 안 받은 집단을 나눠 정책효과를 비교하는 등 상당히 정교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이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세지출 우선순위 매겨 살릴 것만 남겨야…개혁위원회 설치도 필요"

학계에선 현재처럼 개별 제도를 하나씩 평가하는 방식 대신 조세지출 총량 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신용카드 세액공제 등 정책목표를 이미 달성한 항목은 정리하고 방만하게 운영됐거나 성과 없는 제도도 폐지해야 한단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모든 조세지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상대평가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가려야 한다"며 "조세지출 총량 한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살릴 항목만 추려내는 방식이 아니면 절대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개혁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정부와 재정전문가 등이 참여해 필요한 조세지출 제도만 남기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회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할 수 없다"며 "오직 재정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민간 주도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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