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멤버→우승 주역' 성장한 3년 차 가드 인터뷰
두경민 부상 염두에 두고 시즌 전부터 철저히 준비
챔피언 등극 앞두고 찾아온 위기엔
유기상과의 약속 떠올리며 "간절히 뛰었다"
연봉 인상 질문엔 지난 시즌 협상 테이블 기억 소환
프로농구 창원 LG는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은 아니다. 이재도(고양 소노) 이관희(원주 DB) 저스틴 구탕(서울 삼성)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양홍석과 유원상도 군에 입대했다. 대신 전성현과 두경민이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라는 변수 탓에 당장의 우승전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LG는 정규리그 2위를 달성하더니, 4강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울산 현대모비스(시리즈 전적 3승), 서울 SK(4승 3패)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팀 컬러가 우승의 밑바탕이 됐지만, 결정적인 동력은 '아기 송골매들'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28년 무관의 한'을 풀어낸 LG의 3년 차 야전사령관 양준석을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감독님이 팀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는 건 어린 선수들을 믿는다는 거잖아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두경민 부상 염두에 두고 시즌 전부터 철저히 준비
챔피언 등극 앞두고 찾아온 위기엔
유기상과의 약속 떠올리며 "간절히 뛰었다"
연봉 인상 질문엔 지난 시즌 협상 테이블 기억 소환
프로농구 창원 LG의 야전사령관 양준석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
프로농구 창원 LG는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혔던 팀은 아니다. 이재도(고양 소노) 이관희(원주 DB) 저스틴 구탕(서울 삼성)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양홍석과 유원상도 군에 입대했다. 대신 전성현과 두경민이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라는 변수 탓에 당장의 우승전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LG는 정규리그 2위를 달성하더니, 4강 플레이오프(PO)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울산 현대모비스(시리즈 전적 3승), 서울 SK(4승 3패)를 차례로 꺾고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팀 컬러가 우승의 밑바탕이 됐지만, 결정적인 동력은 '아기 송골매들'의 눈부신 성장이었다. '28년 무관의 한'을 풀어낸 LG의 3년 차 야전사령관 양준석을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양준석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28년 무관의 한'을 풀어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
"감독님이 팀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는 건 어린 선수들을 믿는다는 거잖아요.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양준석은 길었던 올 시즌 여정의 첫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동기부여는 곧 철저한 준비로 이어졌다. 그는 "최정상급 가드인 (두)경민이 형이 팀에 합류했는데, (두경민의) 유일한 단점은 부상이라고 생각했다"며 "만약에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아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두경민의 부상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경민이형이 몸이 안 좋다는 걸 알고 미리 준비를 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의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두경민이 부상을 당하면서 양준석의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그는 정규리그 54경기 전 경기에 나서 평균 28분 53초를 뛰며 9.6점 5.5어시스트 2.4리바운드로 맹활약,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양준석은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 성적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팀이 강하다는 걸 느꼈다"며 "물론 초반 8연패를 당한 적도 있지만, 후에 8연승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이때의 경험은 4강 PO 스윕승에도 큰 밑바탕이 됐다. 그는 "PO 시작 전 'LG는 8연승을 한 팀'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1차전만 이기면 내리 3승을 거둘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LG의 파죽지세는 챔프전에서도 이어졌다. 정규리그 1위 SK를 몰아쳐 3승을 먼저 거뒀고, 트로피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양준석이 2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농구공으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
하지만 챔피언 등극 마지막 관문에서 제동이 걸렸다. 양준석은 특히 챔프전 6차전을 떠올리며 "시작부터 몸싸움이 정말 치열했다. 너무 힘들었다"며 "어떻게 뛰어다녔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그는 경기 종료 1분 15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턴오버를 범했고, 이 실책은 결승 실점의 빌미가 됐다. 양준석은 "경기 후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다행히 감독님과 동료들이 '네 탓이 아니다'라고 다독여줘서 트로피를 들 수 있었다"며 우승의 공을 선수단 모두에 돌렸다.
LG의 정상 등극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주연이 있다. '영혼의 단짝' 유기상이다. 양준석과 유기상은 연세대 2020학번 동기생이지만, 프로무대에는 양준석(202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 1년 먼저 입성했다. 이때의 결정으로 둘은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고 '함께 우승컵을 들자'던 약속도 지킬 수 있었다. 양준석은 "원래 같은 해에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기상이가 나보고 먼저 나가라고 하더라. 다 생각이 있었나 보다"라고 웃은 뒤 "생각보다 일찍 우승 기회가 찾아왔는데,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뛰었다"고 전했다.
양준석과 유기상 외에도 허일영, 칼 타마요, 아셈 마레이, 정인덕 등도 LG 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퍼즐들이다. 이 중에서 본인의 지분이 얼마나 되냐는 우문에 양준석은 "우승은 선수 12명과 스태프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다만 그는 "난 전 경기를 다 뛰었다. 정확한 확률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큰 영향을 줬다고는 생각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양준석이 올 시즌 우승 과정에서의 기여도와 새 시즌 연봉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웃음기 섞인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
우승팀 야전사령관이 원하는 다음 시즌 연봉도 궁금했다. 양준석은 올 시즌 1억3,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은 뒤 "지난 시즌 후 연봉협상을 진행했을 때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 주는 대로 받겠다'고 했다. 대신 '내년에 코트에서 증명할 테니 그때 좋게 봐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