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이 2023년 3월 국회에서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
MZ세대 중심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주 4.5일제 근로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제도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문을 대선 후보들에게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MZ 노조 비대위원장은 “임금 삭감 전제 없이 주 4.5일제를 시행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작정 가능하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탄력 근무제 등 제도 활용이나 노사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연히 임금 감소가 없이 4.5일제로 가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요일별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의 4.5일제를 제안했다. 일은 덜 하면서 같은 월급을 준다고 하면 싫어할 근로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과 같다.
기업이 주 4.5일제를 하려면 노동력 유지를 위해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이는 기존 근로자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길지만 노동 생산성이 경쟁국보다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런 현실은 말하지 않고 ‘4.5일제’만 강조하는 것이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각각 ‘주 4일제’와 ‘주 4.5일제’ 도입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했다. 민노총 산하에는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노조가 수두룩하다. 고액 월급은 그대로 받으면서 일은 덜 하겠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지만 합리적이고 공정을 중시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근무는 줄이겠다는 말은 달콤하나 현실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누군가가 일을 더 하거나 돈을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경제 원칙도 아니다. 상식을 말하는 젊은 세대 노조가 시대착오적인 기득권 노조를 대신해 노동 현장의 주류가 되면 노사 관계 정상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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