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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SPC 사고 참담... SKT는 해킹 책임져야”

조선일보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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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SPC 사고 참담... SKT는 해킹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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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장미꽃으로 만든 투표 기호를 들며 웃고 있다. 왼쪽은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배우 이원종씨. 이 후보는 이날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남강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장미꽃으로 만든 투표 기호를 들며 웃고 있다. 왼쪽은 이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배우 이원종씨. 이 후보는 이날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남강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일 경기 시흥의 SPC삼립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도 “그 기업이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져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연이은 기업발(發) 사건·사고와 관련해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기업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SPC 근로자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SPC 계열 공장에서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 일산 유세에서도 “어제 SPC 회사의 노동자가 또 벨트에 끼여서 죽었다고 한다. 살자고 나간 일터가 죽은 일터가 됐다”며 “누군가 죽거나 심하게 다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SK텔레콤의 보안 실패, 개인 정보 보호 실패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한 경제 5단체 간담회 직후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국민의 개인 정보 보안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었는데 비판 강도가 세진 것이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특정 기업 이름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3월엔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며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비판했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20일 SPC와 SK텔레콤을 잇달아 비판하자 산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 발언과 관련해 SK텔레콤 측은 이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번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정보 보호 강화 및 고객 보상 방안도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 16일 해킹과 내부 정보 유출로 인한 고객 피해 보상 방안을 논의하는 ‘고객 신뢰 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청문회에서 “고객 신뢰 위원회를 설치해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여론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후보가 이날 SK텔레콤을 직접 거론하며 ‘응분의 책임’을 언급한 만큼, SK텔레콤 측은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후보가 정부의 엄정·신속 수사를 촉구한 SPC 측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SPC삼립은 전날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SPC삼립은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기업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경기 의정부 유세에서 기업들이 반발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폐지를 하라느니 악법이라느니 이런 얘기 하는 분들이 있더라”라며 “여당·야당이 합의해서 만든 법이다. 국민의힘이 같이 합의해서 사인해 놓고 그걸 악법이라고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법을 어기고 안전 시설을 안 하면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 법을 어겨서 누군가가 피해를 입으면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정상 아니냐”고 했다. 이 후보가 이번 대선 캠페인에 나서면서 기업 친화적인 기조를 보였지만, 선을 넘는 사안에 대해선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유권자와 기업에 보낸 것 같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법이다. 다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 보건 조치 의무’가 모호한 데다가 서류 작업 위주로 의무를 정해놔서 사고 예방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많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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